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경제 관련 법마다 다른 친족 범위를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친족 범위가 법마다 달라 현장에서 혼선이 생기고, 범위가 넓어 지나친 규제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15일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상법·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금융사지배구조법 등 경제 관련 법령 내 친족 범위를 전수조사한 결과 법마다 정하고 있는 친족 범위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상법(사외이사 결격 사유 등)상 친족은 △최대주주의 배우자(사실혼 포함)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공개매수 의무나 대량보유 보고 의무)상 친족은 이에 더해 △양자의 생가의 직계존속 △양자 및 그 배우자와 양가의 직계비속 △혼인 외 출생자의 생모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6촌 혈족은 당사자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형제·자매의 자녀다.

해외 사례에 비춰봤을 때 국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친족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5개국의 경제 관련 법령을 조사한 결과 친족 범위를 6촌 이내까지 규정한 나라는 한국 외에 한 곳도 없었다. 이들 나라에서 사외이사 결격 사유나 이해충돌 거래 제한, 대량보유 보고 의무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친족은 최대 2촌 이내(일본)의 친인척이었다. 2촌은 본인의 형제·자매와 (외)조부모까지 포함된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거나 누군지도 잘 모르는 먼 친척 관계까지 주식 보유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친인척 범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생계 유지, 근로 관계 등 경제적으로 종속 관계에 있느냐 여부 등 합리적으로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측은 기업·경제 관련 법령상 친족 범위를 2촌 이내로 좁힐 것을 제안했다. 산업화 및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 범위도 좁아졌기 때문이다. 또 가족이 한 기업을 경영하던 시대가 끝나 전문적인 시장을 통해 기업이 크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창업 1세대 기업인이 나타날 무렵에는 창업자를 중심으로 친인척 모두가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였으나 현재는 자금 및 인재 조달이 전문적인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기업 규제를 합리화함으로써 기업이나 관리감독기관에도 불필요하고 과중한 인력 및 비용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