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인플레이션 꺾였는데, 뉴욕 증시는 왜 내렸나

14일(미 동부시간) 아침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안도를 자아냈습니다. 상승률이 전월보다 꺾이면서 인플레이션도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을 확인해준 덕분입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5.3%, 전월에 비해선 0.3% 상승했습니다. 이는 전달 5.4%와 0.5%에 비해 증가율이 낮아진 겁니다. 또 월가 예상치(5.4%, 0.4%)보다도 낮았습니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4.0%, 전월 대비 0.1% 올라 예상치(4.2%, 0.3%)를 밑돌았습니다. 근원 CPI는 지난 7월 전년 대비 4.3%, 전월 대비 0.3% 올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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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예상보다 낮아진 건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기저효과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작년 펜데믹으로 4~7월 넉 달간 낮게 유지됐던 물가는 8월부터는 1% 중후반까지 정상화됐었습니다.

두 번째는 경제 재개로 급등했던 중고차 항공권 등의 가격이 내렸다는 겁니다. 중고차 가격은 전월 대비 1.5%, 항공료는 9.1%, 자동차보험은 2.8% 하락했다. 또 자동차와 트럭 렌트요금은 8.5%, 호텔 숙박료도 3.3% 내렸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세로 인해 여행이 줄어든 게 큰 영향을 줬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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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상당수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예상이 통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JP모간은 "올 초부터 매달 급속도로 올라가던 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제 정점을 지나갔다"라고 밝혔습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그레그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인플레가 2022년에도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점은 이제 우리 뒤에 있다"라고 말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중고차, 항공권, 호텔, 차량렌트비 등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근원 CPI를 따로 계산하면 전년 대비 2.6% 수준이라고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CPI가 안정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8월에 오른 요인을 보면 식품이 0.4%, 에너지가 2% 올랐습니다. 이는 Fed가 챙기는 근원 물가에 포함되는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새 차 가격이 또 1.2% 상승했고, 특히 불안한 건 주거비입니다. CPI 구성요소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8월 전월 대비 0.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이는 세부 항목 중 하나인 호텔 숙박료가 3.3%나 내린 데 따른 것입니다. 핵심 항목인 렌트, 그리고 주택 소유자의 등가 임대료(OER)가 또다시 0.3% 올랐습니다. OER은 집주인이 집을 빌려 산다고 가정해 추정한 주거비입니다. 이들 요인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지속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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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CPI 하락 요인 중 몇몇은 델타 변이 확산세가 향후 몇 달 안에 꺾이면 다시 뒤집어 오를 수 있다. 주거비는 앞으로 더 상승세가 급해질 수 있다. 중고차 가격이 내렸는데도 새 차 가격이 오른 것은 차량 재고가 대폭 줄어든 탓이다. 우리는 가을에 이들 분야에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ING는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하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주택 비용"이라며 "렌트와 OER은 CPI 구성요소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들은 주택 가격을 12-18개월 뒤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ING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더 긴 기간 동안 높은 수치를 보일 위험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욕연방은행의 9월 소비자 설문을 보면 1년 인플레 기대치는 5.2%, 3년 기대치는 4%에 달했습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치솟을 것 같지는 않지만,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계속될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새벽 CPI 발표를 기다리며 보합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의 지수선물은 오전 8시 30분 수치가 발표되자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인 오전 9시 30분 0.2~0.4% 수준의 상승세로 장을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는 30분도 지탱하지 못했습니다. 오전 10시께 지수들은 모두 내림세로 접어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림 폭은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84%, S&P500는 0.57%, 나스닥은 0.45% 내린 채 거래를 장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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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장은 힘없이 흘러내렸을까요. 사실 논란은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예상보다 낮은 CPI에 대해 긍정적이었습니다.

월가의 한 투자자는 전날 주식정보회사 바이탈날리지(Vital Knowledge)이 보낸 투자 메모를 보여줬습니다. 메모 내용은 "화요일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것이란 시장 낙관론이 있다. 낮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다"라는 랠리가 나타난다면 시장을 쫓아가는 걸 조심하라. CPI가 낮게 나온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 Fed의 테이퍼링 등 통화정책 경로를 바꾸지도 못할 것이고 시장에는 지금 엄청나게 많은 다른 문제들이 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 이날 CPI가 예상보다 낮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상보다 낮은 겁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여전히 5.4%, 근원 수치도 4.0%에 달합니다. Fed의 물가 목표 2%의 두 배가 넘습니다. 파월 의장이 밝혔듯 테이퍼링의 전제 조건인 물가는 이미 충분히 충족됐지요. 그래서 11월 혹은 12월에 자산매입축소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은 이날 CPI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플레이션은 11월까지 엄청난 냉각이나 가속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자산매입축소의 시작을 지연시킬 수 있는 유일한 건 형편없는 고용보고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은 상당 기간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문제는 내년 중반 테이퍼링이 끝날 즈음 물가가 정말 2~3% 수준으로 낮아질지 여부"라며 "그때도 물가가 3~4%에 달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시장에 찬 물을 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가와 테이퍼링 외에 증세, 부채한도 상향 이슈도 점점 더 골칫거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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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상원의 원내대표인 척 슈머 의원은 이날 상원 연설에서 "부채한도를 올리기 위한 노력은 초당적이어야 한다"라며 이 방안을 예산조정(단순다수결)을 통해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려면 최소 공화당 10표를 포함 60표를 확보해야 합니다. 슈머는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미치 맥코널 원내대표를 향해 "일부 공화당원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다. 부채 한도를 높이려는 데 반대하는 건 미국 경제를 총체적 파국 직전까지 몰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맥코널 대표는 "공화당은 중산층 가정을 더 높은 인플레, 더 낮은 임금, 그리고 사회주의로 몰아넣을 대규모의 무모한 세금 및 지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은 부채한도 상향을 다수결에 붙이면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통해 민주당의 모든 시도를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여전한 델타 변이 확산세, 중국과 중동 등 지정학적 문제, 중국의 침체 가능성, 다가오는 3분기 어닝시즌 등 여러 위험이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3분기 기업 이익이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1분기에 이루어진 이례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초과 이익을 거두었다. 이는 더 지속할 수 있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렇게 보고 있을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9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FMS)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에는 운용자산 839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매니저 258명이 참여했습니다.

향후 1년 내 세계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3%에 불과했습니다. 전달보다 14%포인트 하락했으며 올해 3월 기록한 최고치(91%)와 비교하면 78%포인트나 급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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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글로벌 기업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도 12%에 그쳤습니다. 지난 3월 89%, 6월 75%에서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내려갈 것이란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은 작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올해 4월에는 사상 최고인 93%가 인플레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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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69%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가장 큰 위험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꼽았습니다.

Fed의 테이퍼링에 대해서는 84%가 올해 안에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9월에 할 것이란 응답자는 2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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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자산매입축소를 막을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49%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들었고 36%는 고용 부진, 7%가 인플레이션이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인프라 법안의 규모에 대해 응답자들은 1조 90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1조~2조 달러 수준을 점쳤고, 2조~3조 달러, 1조 달러 미만이란 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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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성장과 기업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주식 투자를 크게 줄이진 않았습니다. 포트폴리오 중 현금 비율은 4.3%로 전달의 4.2%보다 0.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습니다. 여전히 역사적으로 보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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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계속해서 투자하는 이유로는 유동성이 꼽힙니다. 시장의 유동성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70%에 육박했습니다. 사상 최고였던 지난 2007년 7월에 맞먹을 정도로 높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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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술주와 가치주를 골고루 보유하는 바벨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지난달에 비해 일본 자산, 필수소비재, 산업주, 소재주, 헬스케어, 유럽 자산 등에 대한 비중을 늘렸고 미국 자산, 기술주, 주식, 신흥시장 투자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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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가장 붐비는 거래로 '기술주 매수'를 꼽았습니다. 사실 미국 증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기술주를 빼놓고는 살 게 없다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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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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