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낮은 8월 물가…"인플레 꺾였다" vs "불안 요인 여전"
미국의 8월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전월에 비해 꺾였다. 물기 싱승세가 정점을 쳤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여행 관련 물가가 내렸을 뿐 월세 등 지속성 높은 물가 요인들의 상승세는 이어졌다는 게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1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5.3%, 전월에 비해선 0.3% 상승했다. 이는 전달 5.4%와 0.5%에 비해 증가율이 낮아진 것이다. 또 월가 예상치(5.4%, 0.4%)보다도 낮았다.
예상보다 낮은 8월 물가…"인플레 꺾였다" vs "불안 요인 여전"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대비 4.0%, 전월 대비 0.1% 각각 올라 예상치(4.2%, 0.3%)를 하회했다. 근원 CPI는 지난 7월 전년 대비 4.3%, 전월 대비 0.3% 올랐었다.

CNBC 등 미 언론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JP모간은 "올 초부터 매달 급속도록 올라가던 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제 정점을 지나갔다"고 밝혔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그레그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인플레가 2022년에도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점은 이제 우리 뒤에 있다"고 말했다.

CPI의 세부 요인을 보면 그동안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던 중고차 가격은 전월대비 1.5%, 항공료는 9.1%, 자동차보험은 2.8% 하락했다. 또 자동차 및 트럭 렌트요금은 8.5%, 호텔 숙박료도 3.3% 내렸다.
예상보다 낮은 8월 물가…"인플레 꺾였다" vs "불안 요인 여전"
그러나 식품 가격은 0.4%, 에너지는 2% 올랐으며 새 차 가격도 1.2% 상승했다. 특히 주택 소유자의 등가 임대료(OER)가 또 다시 0.3% 증가했다. OER은 집주인이 집을 빌려산다고 가정해서 추정한 렌트다. 집값 추세를 반영한다. 이를 포함한 주거비는 8월 0.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이는 세부 항목 중 하나인 호텔 숙박료가 내린데 따른 것으로 OER과 렌트는 각각 0.3%가 상승했다.
예상보다 낮은 8월 물가…"인플레 꺾였다" vs "불안 요인 여전"
ING는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주요 이유는 주택 비용"이라며 "렌트와 OER은 CPI 바스켓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들은 주택 가격을 12-18개월 뒤처져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ING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더 긴 기간 동안 높은 수치를 보일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연방은행의 9월 소비자 설문을 보면 1년 인플레 기대치는 5.2%, 3년 기대치는 4%에 달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