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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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한 달여 만에 배럴당 70달러 선을 회복했다.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 영향이다. 하반기 들어 침묵하던 정유 관련주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가가 올해 겨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배럴당 70달러대 재진입

"올겨울 유가 100달러 간다"…정유주·ETF '가열'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1.05% 오른 배럴당 7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3일 이후 40여 일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로 원유 수요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지난달 20일 62.14달러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외 정유주도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14일 1.62% 오른 10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10만원대를 회복했다. 에쓰오일 주가는 하반기 들어 유가 하락과 함께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20일부터 상승 전환했다. 이날까지 15.38% 뛰었다. 전날 미국 최대 정유업체인 엑슨모빌은 2.58% 오른 55.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원유 관련 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KODEX WTI원유선물 ETF’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는 각각 0.93%, 2.15% 상승 마감했다.

“하반기까지 강세 지속”

최근 유가가 강세인 이유는 허리케인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미국 안전환경집행국(BSEE)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멕시코만 일대 원유 생산 설비의 48.6%가 셧다운 상태다. 멕시코만은 미국 석유 생산량의 17%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

경기 회복과 함께 증가하는 원유 수요도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수요가 내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OPEC이 추정한 내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1억80만 배럴로 2019년 하루 1억30만 배럴을 웃돌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유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겨울 한파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유가가 최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세 자릿수 가격을 회복할 것이란 의미다. BoA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상품 전략가는 “겨울에 한파가 발생할 경우 난방용 석유 사용이 급증할 수 있다”며 “최근 천연가스, 석탄 등 다른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유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도 유가가 올 4분기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OPEC+ 산유국의 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아이다로 인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올 4분기를 정점으로 내년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강세를 고려할 때 올해 정유업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에쓰오일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1488억원이다. 전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에쓰오일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8624억원이었다.

에쓰오일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국내 석유화학·정유 관련주 가운데 에쓰오일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정제마진 개선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 영업이익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