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상승에 베팅했던 월스트리트 투자회사들이 잇달아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전환과 기업 이익 둔화 등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주요 투자은행(IB)과 증권회사 상당수는 올해 말 S&P500지수가 4000선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주 금요일 S&P500지수는 4458.58로 마감했다. 넉 달 사이에 10% 이상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대형 IB 스티펠니콜라우스다. 연말 지수가 38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웰스파고는 연내 3850,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은 4000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가 지금보다 5%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0년간 뉴욕증시가 상승한 원인의 절반은 통화 팽창 정책”이라며 “Fed의 돈 풀기가 끝나면 유동성 장세에 한계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작지 않다. S&P500지수는 올 들어서만 54번 역대 최고치 기록을 썼다. 작년 10월부터 5% 이상 조정을 받은 적도 없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특히 기술주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뛰었다는 게 우리 판단”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 투자회사들은 미 기업 실적이 서서히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병목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금까지 빠르게 뛰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법인세 인상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 등 일부는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유럽 시장 비중을 높일 때”라고 조언했다.

이와 달리 골드만삭스, 오펜하이머 등은 연말 전망치를 4700으로 제시했다. 5% 이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는 21개 증권사와 IB의 연말 평균 전망치는 4335로 집계됐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