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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조정받으면 경기순환주를 사라.”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지난 9일 미국 뉴욕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절대 금리수준이 낮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면 기준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년 전부터 뉴욕생명자산운용 CIO를 맡고 있으며, 지난달부터는 아시아 회장(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운용자산(AUM)은 6000억달러(약 702조원)에 달한다.

윤 CIO는 Fed가 오는 11월 테이퍼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월 1200억달러 규모인 채권매입액을 한 달에 100억달러씩 줄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기 회복세가 느려진 만큼 매입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천천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Fed는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윤 CIO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 7월 5.4%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올해 3% 밑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금, 월세 인상 등 지속적인 인플레 요인들이 꿈틀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금리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윤 CIO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올해는 아니겠지만 내년에는 무조건 연 2%대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CIO는 “월가에 레버리지(부채)를 활용한 투자가 많은데 Fed가 ‘매파적’(긴축 선호)으로 바뀌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오르면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말 금리 수준이 연 2%대까지는 못 가더라도 그동안 저금리를 배경으로 많이 오른 기술주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성장주는 밸류에이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CIO는 “아직 경기가 꺾인 게 아니어서 조정이 나타나면 경기민감주를 사야 한다”며 “조정에서 회복될 때 기술주보다 ‘백투노멀’(경기재개 관련주) 주식이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델타 변이 확산세도 선행지표인 신규 감염률 기준으로는 꺾인 상태다. 그는 에너지, 금융주 등을 추천했다. 최근 일부 조정을 받아 매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주에 대해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으로 에너지 수급이 흔들리고 있다”며 “에너지 슈퍼사이클이 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주는 기업출장 수요가 살아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천하지 않았다.

윤 CIO는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찍었고 이후 통상 12~18개월간 확장 국면을 이어가는데 이번엔 지난해 침체가 2개월에 그쳤다는 점에서 좀 짧게 봐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주식을 잘 골라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경기 회복 초기엔 모든 주식이 다 오르지만 중기에 접어들면 현금 흐름이 좋은 고품질 주식, 경영을 잘하고 가격결정력을 갖춘 기업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윤 CIO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연방정부 재정 적자”라며 “달러가 계속 강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는 지난 20년 넘게 강세를 보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변수로 일시적인 약세를 띠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금리 인상 등의 변수에도 달러 약세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