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앱 장터인 앱스토어에서 외부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반경쟁적 조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애플은 그동안 전 세계 개발자와 회사들을 앱스토어에 입점시키고 자체 결제 시스템인 '인앱 결제'를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이 과정에서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30%의 수수료를 '통행세'처럼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지난 10일 개발자들이 앱 이용자에게 인앱 결제의 대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애플의 금지 조치가 반경쟁적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애플에 90일 이내에 개발자들이 앱에 외부 결제용 링크를 넣을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오클랜드 연방법원 판사는 "애플은 앱 결제 때 외부이동을 차단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경쟁적인 외부이동 차단 조항을 삭제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은 지난해 8월 미국 게임회사 에픽게임스가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관행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해 열린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애플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독점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로저스 판사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반독점법에 비춰봤을 때 애플이 독점 기업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다"며 "성공은 불법적인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원은 에픽게임스가 애플의 인앱 결제를 건너뛰고, 에픽게임스에 직접 돈을 내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애플과의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을 애플에 지불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과 에픽게임스 모두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애플로서는 '반독점법 위반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고, 에픽게임스는 앱 외부 결제 허용이라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양측 모두 항소할 가능성이 커서 최종적인 결론에 이를 때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외부결제 링크 도입 시기도 더 늦춰질 수 있다.

이날 애플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31% 급락한 148.97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앱 결제가 금지되면 애플의 순이익이 연간 수십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