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오피스.(사진=신경훈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오피스.(사진=신경훈 기자)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빅테크 규제 우려에 폭락한 주식을 1조원 넘게 쓸어 담았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공매도와 매도로 팔아치우는 물량을 받아냈다. 개미들은 이번에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정조준한 규제가 이제 논의 단계인데다 본격적인 규제가 예고된 상태여서 개미들의 베팅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카카오 주가 15% 넘게 하락…개미들은 '풀매수'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가 15.58% 하락한 3일간(8~10일) 개인 투자자는 카카오를 1조4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주가가 전일 대비 10.06% 급락한 8일 하루 개인 순매수액은 6262억원으로 카카오의 개인 일일 순매수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8일부터 사흘간 각각 7498억원어치, 2929억원어치 순매도한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낸 셈이다.

같은 기간 (-7.76%)의 개인 순매수액도 4906억원에 달해 카카오·네이버는 개인 순매수 금액 1·2위를 각각 차지했다.

"지금이 기회" 카카오 1조 줍줍한 개미들…이번엔 성공할까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57조8000억원, 67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두 기업 모두 10일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규제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7일과 비교하면 시총 10조6000억원과 5조70000억원이 각각 증발했다.

최근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 등에서 잇따라 온라인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카카오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온라인 금융 플랫폼의 기존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후 빅테크 업체에 위법 소지를 시정하지 않으면 엄정 대응하겠다며 거듭 경고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지난 7일 송갑석·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에서는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플랫폼 업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카카오 공매도 거래액, 전주대비 807% 급증
공매도 거래액도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10일 카카오의 공매도 거래액은 2594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전주(8월 30일∼9월 3일·286억원) 대비 807% 늘어난 규모다.

공매도는 주식을 먼저 판 뒤 나중에 이를 사들여 그 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투자자들도 카카오에 대한 공매도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반등에 투자한 개미들의 전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 기업의 낙폭이 워낙 커 주가 회복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연구원은 "규제가 금융업 바깥 영역까지 확대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주어진 조건만 보면 단기 낙폭이 워낙 컸다"며 "카카오웹툰을 비롯한 엔터 사업의 해외 진출 등 콘텐츠 부문의 상승 모멘텀이 규제 우려보다는 여전히 주가를 견인하는 힘이 더 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카카오'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카카오' 본사. /사진=연합뉴스
외국계 증권사인 CLSA도 "금융당국의 발표가 오히려 향후 지침을 명확하게 해 점진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급락은 전형적인 매수 기회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목표주가를 각각 56만2000원, 19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개미들이 '떨어진 칼날을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의 칼날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하락세가 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일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6개 보험사들에게 오는 24일까지만 서비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로 금융소비자보호법 계도기간인 25일 전까지만 해당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고, 이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의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빅테크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디지털 광고시장 갑질,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택시호출 앱 카카오T의 '배차 콜 몰아주기', 쿠팡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카카오 또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차은지/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