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이틀새 시총 20조 증발…2030 '부글부글'
정부와 여당의 플랫폼산업 규제 여파로 이틀 새 카카오와 네이버의 시가총액 20조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2030세대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 플랫폼 주가가 급락하면서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7.22%(1만원) 하락한 12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틀간 주가가 16.56% 하락하며 시총 11조3400억원이 증발했다.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 등이 운영하는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미등록 중개 행위’로 보고 시정을 요구한 것이 악재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인터넷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자 빅테크(대형 IT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 1~8월 20대 고객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선주, 카카오 순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와 네이버를 장기 투자종목으로 선택해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던 2030세대는 격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에 ‘7만전자’로 주저앉은 삼성전자에 이어 카카오, 네이버까지 흔들리자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커뮤니티는 물론 종목토론방 등에선 “민주당, 대선 때 보자” 등의 원망 섞인 푸념이 쏟아졌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민주당이 네이버 카카오도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10조원씩 토해내게 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상당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와는 다소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심리적 불안감이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이어온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정당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다른 기업에 대해서 규제하던 업종들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멀쩡하게 허가받고 사업을 해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향후 주가는 외국인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중국 정부에 데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이슈 역시 비슷한 사안으로 보고 주식을 팔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간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왔던 만큼 외국인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의미있는 반등이 나올 때까지 추가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