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서 이에 해당할 수 있는 상장사들이 발 빠른 채비를 하고 있다. 퇴출 요건인 상장주식 수와 시가총액 기준을 피하기 위해 우선주만 유상증자에 나서는가 하면, 시총을 높이기 위해 활발한 우선주 거래 환경 조성에 나설 움직임이다.

"상폐 막자"…상장사들, 우선주 증자 나서나
앞서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부터 우선주의 상장주식 수가 10만 주 미만이거나 일정 기간 시총이 10억원 미만인 경우로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고, 내년 10월부터는 이 기준을 20만 주, 20억원 미만으로 각각 높인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 기준 상장주식 수가 10만 주 미만이면 관리종목 대상이 되고, 내년 상반기 말에도 똑같은 상태를 유지하면 상장폐지된다. 이후 2023년 상반기 말까지 상장주식 수를 20만 주 이상으로 늘리지 못한 우선주도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시가총액의 경우 30일 연속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바로 관리종목 대상으로 지정되고, 그 이후 90일 동안 10일 연속 혹은 30일 연속 기준에 해당하면 즉시 상장폐지된다. 현재 기준은 상장주식 수 5만 주, 시총 5억원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7~8일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우선주 40만 주에 대한 청약을 실시했다. 총 200만 주의 우선주를 발행하는데, 주주 대상 청약에 앞서 우리사주조합의 청약을 먼저 받은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은 10만4091주를 주문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21~22일 이번에 발생한 실권주(29만5909주)를 포함한 189만5909주에 대해 주주 대상 청약을 받는다.

현대건설은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해상 풍력사업 투자와 건설자재 구매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우선주 상장폐지를 막는 것이 실질적인 목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현대건설의 유상증자는 우선주만 대상이며, 이를 통해 끌어모을 자금은 1966억원가량이다. 현재 상장된 우선주가 9만8856주인 현대건설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우선주를 10만1144주 이상 발행하면 상장폐지 조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지난 8일 끝난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한 청약으로도 충족된다.

금융위가 우선주 퇴출 조건을 강화한 것은 반복되는 주가 급등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유통 물량이 적기 때문에 매수 주문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급등하면 추격 매수로 주가가 더 뛰고, 반대의 경우엔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잦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뜬금없이 우선주 바람이 불면서 5만4500원이던 삼성중공업 우선주는 13거래일 동안 1265% 주가가 뛰며 74만4000원까지 올랐고 SK네트웍스 우선주 등 다른 종목도 비슷한 시기에 두 배 이상 가격이 뛰었지만, 결국 이후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현대건설이 이런 행보를 보이면서 우선주 물량을 늘리려는 상장사도 등장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도 △KG동부제철우(5만3385주) △동양3우(8만9722주) △DB하이텍우(11만2316주) △삼성중공업우(11만4845주) 등 14개 우선주가 20만 주에 못 미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