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투자로 20억원 주식 된 아마존, 뒤를 이을 후보는
100만원 투자로 20억원 주식 된 아마존, 뒤를 이을 후보는
100만원 투자로 20억원 주식 된 아마존, 뒤를 이을 후보는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사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했던 주식이 있다. 아마존이다. 1997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아마존 주가는 3509.29달러(6일 종가)에 달한다. 얼마나 무서운 질주인 지를 가늠하려면, 2017년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분석을 참조할만하다.

아마존 상장 20년이 되던 날인 2017년 5월15일, 아마존의 종가 는 961.35달러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만일 상장 시점에 1000달러를 투자해 아마존 주식을 20년을 보유했다면 주식 가치가 49만 달러가 됐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플라이휠(flywheel,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요약한 개념으로 바퀴를 처음 돌릴 때는 매우 힘들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나면 어느 순간 작은 동력만으로 회전에 가속도가 붙는다)은 고점 논란이 일었던 2017년 이후에도 불과 4년여 만에 주가를 3.6배 불렸다. 무의미한 가정이긴 하지만, 상장 때 투자한 1000달러로 4년만 더 기다렸다면 보유 주식의 가치는 176만달러로 평가됐을 것이다.

쿠팡 주식으로 '백만장자' 될 수 있을까

아마존과 가장 비슷한 유형의 기업을 고른다면, 첫 손에 쿠팡이 꼽힐 것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미국 쿠팡Inc 대표)는 ‘아시아의 아마존’을 자처하며 창업 11년 만에 한국 기업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상장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무기로 자신만의 플라이휠을 만든 쿠팡은 올 2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한 번이라도 쿠팡을 써 본 활성화 고객수는 무려 1700만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이른 아침 출근길, 아파트 단지 입구에 정차해 있는 쿠팡 차량은 어느덧 익숙한 풍경이 됐다. ‘한 번도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는’ e커머스가 바로 쿠팡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쿠팡 주식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6일 전일보다 9.78%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7일 31.35달러로 마감, 여전히 공모가(35달러) 아래다. 쿠팡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처음 떨어진 건 지난달 12일이다. 다음날 잠깐 35달러를 넘었으나 이내 미끄러져 한 달 가까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 초기이던 3월 한 때 100조원을 넘나들었던 시가총액은 59조원 규모로 반토막이 났다.

쿠팡 주식의 향방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의도된 적자’로 무한 성장을 꾀하는 쿠팡식 사업 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주장과 보호 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수급 불안이라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범석 쿠팡Inc 대표가 전담하고 있는 대만 등 해외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얼마나 빨리 내느냐에 주가 향방이 달려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매각이 금지돼 있던 보호예수(락업)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건 지난달 13일(현지 시간)부터다. 쿠팡이 상장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S-1 보고서에 따르면 락업 해제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틀 후부터다. 쿠팡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쿠팡 관계자는 “회사의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다”며 “주가 조정은 일시적인 수급 불안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도 쿠팡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보고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쿠팡의 목표가를 각각 55달러, 61달러로 제시했다.

대만 등 해외 사업서 성과 또 한번 나와야

그럼에도 1년 이내 중기 관점에선 의견이 팽팽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주가는 높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상장 당시 높은 밸류에이션과 쿠팡의 더딘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로켓 배송의 위력과 비대면 소비라는 유리한 환경이 결합되면서 ‘100조(시가총액) 쿠팡’으로 진격했다면,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해선 쿠팡이라는 플라이휠의 회전력과 확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전 포인트는 해외 사업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범석 대표는 오로지 해외 사업에 전념하겠다며 올 5월 한국 법인 내 모든 직위를 내려놨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 대표는 대만,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 중이다. 쿠팡 사정에 밝은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눈여겨 봐야 할 곳은 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은 대만과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활용한 도심 내 퀵커머스를 테스트하고 있다”며 “대만의 소비자들의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으며 한국과 같은 로켓 배송을 런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링크드인에 올라 온 쿠팡의 글로벌 구직 사이트엔 대만에서 물류 전문가를 뽑는 공고문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쿠팡 주식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기업인 만큼, 24년에 걸쳐 보여준 아마존 주식의 고속 질주를 쿠팡이 따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변곡점은 흑자전환을 언제 달성하느냐다. 아마존은 창업 13년만인 2002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쿠팡이 올해로 창업 11년인 만큼 ‘아마존 웨이’와 비교하면 적어도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억2773만달러로 2018년 10억달러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고무적인 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확실히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등 예상외의 지출이 집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흑자전환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관건은 흑자전환의 질(質)이다. 쿠팡이 기존 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처럼 플라이휠의 회전 반경을 키우면서, 다시 말해 새로운 사업에 계속 도전하면서 동시에 흑자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해외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 지난해 100% 가까이 매출이 증가한 쿠팡 이츠가 앞으로도 독일 기업인 배달의민족과의 경쟁에서 점유율을 더 빼앗을 수 있을 지의 여부, ‘쿠팡 트래블’, ‘쿠팡 패션’, ‘쿠팡 뷰티’, ‘쿠팡 가구·가전’ 등 신규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느냐를 흑자전환 여부와 동시에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돈 버는 족족 투자하는 아마존, 닮은 꼴 쿠팡

다시 한번 아마존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아마존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5.33%를 기록하기까지 5%를 넘어 본 적이 거의 없다. 2009년 4.6%, 2010년 4.1%, 2011년엔 1.8%에 불과했다.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2015년(1070억달러)에도 영업이익률은 2.09%에 불과했다. 아마존은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버는 족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아마존의 공격 경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아마존의 영업이익률 곡선을 보면 매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며 “어느 한 해에 이익이 많이 났는데 월가에선 아마존 내부에서 (너무 많은 이익을 내지 않도록) 이익을 조정하는데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김범석 대표는 올 초 상장 보고서를 제출하며 쿠팡을 ‘백년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아마존이 진출하지 못한 아시아 등 밀집형 도심에서 쿠팡만의 플라이휠로 아마존의 아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어쩌면 워런 버핏이 아마존 주식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10여 년 뒤에 쿠팡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 후회하는 이들이 많아질 지도 모를 일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