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공모주 청약에 56조여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58조3020억원)에 이어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여섯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세계 1위 조선사로서 기업 인지도, 저렴한 공모가 등이 인기를 끈 요인으로 꼽힌다.

평균 청약 경쟁률 405.50 대 1

현대重 공모에 56조원 '뭉칫돈'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8개 증권사에서 진행한 현대중공업 청약에 56조562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460만7995주를 모집하는 데 18억여 주가 신청했다. 당초 일반청약에 450만 주가 배정됐으나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10만8000주(3%)의 실권주가 발생하면서 물량이 소폭 증가했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405.50 대 1이었다. 증권사별로 미래에셋증권 409.02 대 1, 한국투자증권 402.46 대 1, 하나금융투자 416.81 대 1, KB증권 398.51 대 1, 삼성증권 395.39 대 1, 대신증권 385.74 대 1, DB금융투자 416.38 대 1, 신영증권 401.27 대 1이었다. 8개 증권사에 171만여 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카카오뱅크 청약 때의 186만 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를 청약했을 때 신영증권에서 가장 많은 2주까지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증권사는 1주를 확정적으로 받고 삼성증권에서는 추첨을 통해 1주를 받는다.

이번 청약에서는 계좌당 평균 3270만원의 증거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 차이는 있지만 평균 2433만원을 증거금으로 넣었을 때 비례 배정 주식 1주를 받는다. 1억원을 넣었다면 균등 배정 주식 1주에 비례 배정 주식 4주 등 5~6주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장일 유통 물량 10% 불과

현대重 공모에 56조원 '뭉칫돈'
현대중공업의 흥행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2~3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1130조원어치의 주문이 몰리기도 했다. 기관 경쟁률은 1836 대 1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3 대 1)와 HK이노엔(1871 대 1) 다음으로 높았다.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의사를 보인 것이 청약 열기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현대중공업이 상장 첫날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에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다. 상장일 공모가 6만원의 두 배인 12만원에서 시작해 가격제한폭까지 오른다면 주가는 15만6000원이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5조3264억원에서 13조8486억원으로 불어난다.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8조1035억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증권가는 조선업에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란 기대에다 최근 대규모 물량 수주, 수소 선박 개발 등의 호재가 겹친 만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다.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적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상장 당일 나올 수 있는 주식은 전체 상장주식 수의 16.3%인 1450만여 주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신청 비중이 53.1%로 높았기 때문에 유통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기관 배정 물량의 절반에 확약이 걸린다면 유통주식은 전체 주식의 10.8%로 5700억원 규모다. 지난 1일 상장한 일진하이솔루스는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13.5%로 약 1700억원어치에 불과해 따상을 기록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