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사진=아크인베스트 제공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사진=아크인베스트 제공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불안한 시선들이 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흐름이 부진해서다.

CNN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우드 CEO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의 플래그십 펀드 아크이노베이션 ETF(ARKK)의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나스닥지수가 18% 이상 상승했음에도 ARKK의 수익률은 지난 8월을 기준으로 2.5% 하락했다는 것이다. ARKK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격 의료회사 텔라독의 주가도 폭락했다. 텔라독의 주가는 올해에만 25% 떨어졌다.

우드 CEO는 기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애플, 아마존 등 우량주보다 로봇, 우주, 핀테크 등 혁신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ARKK의 수익률은 171%에 달했다. 우드 CEO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며 전 세계 개인투자자들의 롤 모델로 꼽혔다.

CNN방송은 소수의 종목에 큰 돈을 거는 우드 CEO의 투자방식을 지적했다. ARKK의 자산 중 절반 이상은 로쿠, 코인베이스 등 종목 10개에 쏠려있다. 일반적인 투자 경향이 위험을 분산하는 것임을 감안할때, 우드 CEO의 투자 전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닷컴 버블을 이유로 들어 종목 쏠림을 비판하기도 했다. 2000년 닷컴버블 이후 많은 기술 펀드들이 붕괴했기 때문에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ARKK의 미래가 불투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크인베스트의 운영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드 CEO가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펀드인 만큼 그의 부재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드 CEO는 아크인베스트 내 가장 과감한 스피커다. 로빈후드, 테슬라 등 논란에 휩싸인 종목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해왔고, 이를 대량 매입해 가격 급등을 이끌기도 했다. 우드 CEO가 관리하는 자산은 현재 850억달러(약 98조9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그가 홀로 포트폴리오를 이끌어가는 만큼 아크인베스트가 우드 CEO의 질병, 사고 등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자산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아크인베스트의 몸집이 커져 주식 거래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드 CEO가 관리하는 자산은 현재 850억달러(약 98조9000억원)에 달한다. 운용자산이 100억달러 미만이던 2019년에 비해 8배 넘게 늘었다. 아크인베스트는 싸고 빠른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술주를 선호해왔다. 대량 거래를 받아줄 거래인이 시장에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매수가가 높아지고 매도가가 낮아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아크인베스트가 '성공의 덫'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사진=연합뉴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사진=연합뉴스
행동에 나선 회의론자도 생겼다. 지난 6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ARKK의 하락에 베팅했다. 버리는 2005년에 주택가격 붕괴를 예측해 막대한 이익을 남겨 주목을 끈 인물이다.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애셋매니지먼트는 ARKK에 대해 23만5500만주(약 3100만달러)규모의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풋옵션은 사전에 정한 행사가격으로 만기일에 특정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 만기일에 해당 자산의 가격이 행사가격 밑으로 하락하면 이익을 얻게 된다. 결국 버리는 ARKK가 향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CNN방송은 우드 CEO가 당분간 웃을 것이라고 봤다. ARKK는 낮은 수익률을 극복한 바 있다. 2018년 ARKK는 25% 하락했지만 2019년에는 30%로 반등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