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06일(08: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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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개발할 수 있는 부지가 없으니 용도 변경할 수 있는 건물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개발할 수 없어도 일단 확보해두는 게 미래를 위한 보험용이죠" (A 자산운용사 관계자)

도심 개발부지를 놓고 자산운용사와 건설사 사이에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당장 개발하지 못해도 추후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입지는 경쟁이 심화되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입찰을 진행하는 이마트 성수동 본사 매각에 현대건설, 이지스자산운용 등 대형 건설사와 자산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컨소시엄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를 맡은 CBRE코리아는 오는 30일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강남 대체 업무지구로 떠오르는 성수동 일대인만큼 건설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입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가 입주해 있어 바로 개발이 어렵고, 기존 건물을 재건축해야하지만 입지가 좋은 만큼 미리 확보하는 게 중요해서다. 인수 희망자들은 이마트 본사를 다시 입주시키고 재개발하거나 이마트 본사를 입주시키지 않고 재개발하는 경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제안할 수 있다. B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서 마땅한 사옥을 찾지 못한 테크 기업들이 분위기가 자유로운 성수동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성수동 토지는 현재 3.3㎡당 1억2000만원 이상 거래되고 있어 이마트 본사는 이보다 더 높은 입찰가격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도심 내 개발 가능한 부지는 몇년 전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여의도 MBC부지, 역삼 르네상스호텔 부지, 서초 정보사 부지 등 서울에서 대규모 개발 가능 부지가 나오면 건설사와 부동산 디벨로퍼,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이 컨소시엄을 조성해 입찰했다. 디벨로퍼 HMG는 지난달 여의도 순복음교회 주차장 부지를 매입했고, MDM은 지난해 여의도 유수홀딩스 빌딩을 매입했다.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지을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태원 크라운호텔과 르메르디앙서울, 이마트 가양점 등의 개발사업에 지분 참여하고 있다.

DL이앤씨의 지주사인 대림도 디벨로퍼로 나서면서 개발 가능 부지 매입을 시작했다. 올 초 홈플러스 의정부점, 울산남구점을 매입한데 이어 지난달 인천인하점, 대전문화점, 전주완산점 등 3곳을 3500억원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 경동보일러 에너지기술연구소 부지를 매입을 위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했다.

대림은 인수한 점포를 10년 가량 장기 임대하며 임대수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개발하기에는 임차계약이 남아있고, 수익률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땅값이 많이 올랐고, 좋은 입지는 부지 매입이 어려워지자 당장 개발 못해도 입지 좋은 부지 선점하려는 계획"이라며 "홈플러스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부지 개발해 디벨로퍼 사업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개발 가능한 부지 확보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외에도 수도권 핵심 입지, 지방 도시까지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발 가능한 매물이 없다보니 지방 대도시 중앙에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할만한 오래된 건물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다만 개발 후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어 아직까지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