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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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크래프톤이 주가에 힘을 잃더니 공모가마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상장한 지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 보호예수(지분락업) 해제에 따른 대규모 물량이 갑자기 쏟아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달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시초가는 공모가인 49만8000원보다 11%가량 낮은 44만8500원에 결정됐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도 22조1997억원으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24조3512억원)보다 2조15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다.

크래프톤은 고평가 논란 속에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243.15대 1,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에 그쳤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받은 중소형 공모주들이 크래프톤보다 많은 증거금을 모았을 정도였다.

지난달 크래프톤이 상장 직후 공모가(종가 기준)를 웃돈 날은 2거래일에 불과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KRX BBIG K-뉴딜 지수'에 크래프톤을 편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일과 3일에 반짝 상승세를 나타냈을 뿐이었다.

크래프톤 주가의 위기는 또 한번 남았다. 상장 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이번에는 대규모 매각 대기물량 출회(오버행)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전날에는 공모가를 회복한 지 하루 만에 주가가 5% 넘게 빠지며 48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증권가에선 회사의 펀더멘탈의 문제라기 보다는 상장한 지 1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126만1078주(2.57%)에 대한 보호예수 해제 부각이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크래프톤의 전체 상장 주식 수 대비 유통 가능한 물량은 2027만6708주(41.5%)에 달한다.

문제는 두 달 뒤에는 이번 보호예수 해제 물량보다 2배가량 많은 219만858주(4.47%)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석달간 8%가량의 주식이 보호예수에서 해제되면서 유통 가능한 물량은 50%에 육박하게 된다.

게다가 상장 기준 6개월(최대주주 제외 및 자발적 보호예수만 포함) 후인 내년 2월에는 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물량(743만800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이 경우 유통 가능한 물량은 현재 41.5%에서 63.7% 수준까지 크게 늘어나게 된다.

개인투자자들은 보호예수가 풀린 일부 재무적 투자자(FI)가 지분 매각을 실현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대규모 물량이 갑자기 쏟아질 경우 오버행 이슈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미 주가가 꼭지점 부근에 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13일 크래프톤에 대한 목표주가로 51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목표주가로, 공모가 대비 겨우 2.4% 높은 수치이다.

오버행 부담이 커져 상승세를 타던 주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200지수 편입 등 오름세를 보였던 크래프톤 주가는 의무보유 물량이 풀리면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