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몸값이 치솟자 가장 신이 난 곳은 초기부터 이들 기업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PE)와 벤처캐피털(VC)이다. 펀드를 해산하면서 수백억~수천억원의 성과 보수를 받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펀드의 핵심 운용역은 물론 일반 직원들까지 ‘돈쭐’을 맞게 된 셈이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펀드를 청산한 국내 대표 토종 PE인 A사는 이 펀드 하나로 1000억원가량을 성과보수로 받게 됐다. 이 펀드에 관여한 6명의 운용역은 각각 100억원이 넘는 성과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PE인 B사는 하이브와 크래프톤 등에 투자한 펀드가 청산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의 상장으로 운용역들은 최소 수십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을 전망이다.

보통 PE들은 연기금·공제회 등 출자자(LP)로부터 자금을 받아 펀드를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내부수익률(IRR)이 일정 부분(통상 8%)을 넘기면 이후 초과분의 20%를 PE가 가져가는 구조로 계약한다. 창업자를 포함해 적게는 3명에서 10명 남짓의 PEF 파트너가 성과보수 대부분을 나눠 갖는다.

VC도 이와 비슷한 구조다. 지난해 상장한 지놈앤컴퍼니, SCM생명과학, 엔젠바이오 등에 투자를 주도한 김요한 DSC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지난해 19억원을 보수로 받아갔는데, 이 중 성과급이 17억원이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신기천 대표와 황창석 사장은 각각 14억원가량의 연봉을 받았다.

PE나 VC에 투자은행(IB) 등의 고급 인력이 몰리는 것도 성과보수 때문이다. IB는 급여가 PE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성과보수와 같은 ‘한방’을 기대하긴 어렵다.

투자 기업들의 몸값이 단기간에 치솟으면서 투자 기한도 짧아지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PEF)의 투자 기한은 10년 정도다. 하지만 그동안은 1~2건의 악성 매물 때문에 10년 안에 펀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회수 시장이 달아오른 데다 기업가치 상승도 빠르다 보니 4~5년 만에 ‘대박’을 터뜨려 펀드를 조기 청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김재후/차준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