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 4월 미국 나스닥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첫 거래일 코인베이스는 준거 가격 250달러 대비 31.3% 오른 328.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857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2018년 자금 유치 당시 80억달러로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3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암호화폐를 금융시장 주류 무대에 데뷔시키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코인베이스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잇따라 하락하면서 거래대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순 이후 암호화폐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코인베이스 주가는 여전히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랜섬웨어 공격 등 보안 리스크가 제기된 탓이다. 미국 최초로 제도권에 편입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전망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인베이스 주가. /사진=구글 캡처.
코인베이스 주가. /사진=구글 캡처.
커지는 규제 가능성

1일(현지시간) 코인베이스의 PER(주가수익비율)은 33배로 나스닥 지수 PER(29배)를 웃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인베이스의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코인베이스 주가가 맥을 못추는 이유로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꼽힌다. 랜섬웨어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규제 당국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등 규제기관의 핵심 관계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차기 의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지난 5월 “암호화폐의 변동성 때문에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전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 의회에서 통과 절차를 밟고 있는 인프라 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Fed와 SEC 외에 소비자금융보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 통화감독관실 등 일련의 규제기관이 암호화폐 규제에 가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수십 개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점유율 확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암호화폐 관련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 대부분을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앞으로 거래 수수료를 낮춰야 할 가능성도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DBC)의 출현도 걱정거리다. Fed는 다른 국가들의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CDBC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CDBC는 신속한 결제, 송금 비용 감소, 금융 시스템 접근성 강화 등의 장점이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암호화폐 대중화의 꿈

물론 코인베이스에 기대감을 갖는 시각도 적지 않다. WSJ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74.23달러다. 현 주가보다 40%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여러 규제 리스크가 있지만 여전히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거대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창업자도 그런 믿음을 갖고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암스트롱이 처음 암호화폐를 접한 것은 27세인 2010년이었다. 미국 라이스대 컴퓨터과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인터넷 학습 스타트업 유니버시티튜터닷컴을 운영 중이던 암스트롱은 암호화폐 비트코인 창시자가 인터넷에 올린 ‘비트코인 백서’를 읽게 됐다. 그는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든다는 개념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결국 2012년 암스트롱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프레드 어샘과 코인베이스를 공동 창립하고 비트코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비트코인의 대중화’였다. 지금은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 앱으로 주식 투자하듯 간편하게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암호화폐의 진입 장벽은 상당히 높았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려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각 컴퓨터)를 작동해야 한다. 이 과정이 워낙 복잡해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암스트롱은 비트코인 투자가 쉬워지기만 하면 비트코인이 금융시장 주류에 편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의 미래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암스트롱은 흔들리지 않고 외길을 걸었다. 오히려 꿈을 키우고 목표 달성에 집중했다. 코인베이스 초기 투자자인 애덤 드레이퍼 부스트VC 설립자는 “처음 암스트롱을 만났을 때 그는 암호화폐 시장이 1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며 “그처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조 단위의 금액을 거론하며 나를 설득한 창업자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암스트롱의 믿음은 현실이 됐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세계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5600만 명이 코인베이스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다. 지난 2분기(4~6월) 매출은 2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17억8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45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33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00% 가까이 증가했다. 월간 거래 이용자 수는 880만 명으로 전분기보다 44% 증가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