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의 자존심
176단 V낸드·4세데 10나노 D램 최초 양산

D램 현물가 하락에 주가 약세
중장기 메모리 수요 꿋꿋…월가 '매수' 의견
마이크론 SSD 제품. 연합뉴스

마이크론 SSD 제품. 연합뉴스

마이크론은 미국을 대표하는 메모리반도체업체다. 주력 제품은 D램(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반도체)과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존하는 반도체)다.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은 D램이 세계 3위, 낸드플래시는 5위다.

마이크론 주가의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 가격 등락이다.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시장의 기대치보다 크지 않다는 일부 투자은행(IB)의 분석에 최근 주가는 부진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인공지능(AI), 5G 등 신기술 발달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기술개발 경쟁에선 최근 1위 업체를 앞서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선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감자(potato) 머니'로 우뚝 선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1978년 감자가 유명한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Boise)시에 설립됐다. 워드 파킨슨 등 마이크론의 공동 창업자들이 부족한 자금을 지역 감자 농장주들로부터 유치한 일화는 계속 회자된다. 지금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마이크론의 역사를 설명할 때 '감자 머니'의 공헌을 빼놓지 않는다.

다른 반도체기업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1998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메모리반도체사업을 가져왔고 2001년엔 도시바에서 D램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업체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론 2011년 일본 '엘피다' 인수가 꼽힌다. 엘피다는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돼 매물로 나왔지만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마이크론의 성장에 옛 엘피다 출신 엔지니어들이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D램 시장에선 '3강'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2.6%로 삼성전자(43.6%) SK하이닉스(27.9%)에 이어 3위다. 2010년대 초반 대만과 일본 업체들의 몰락 이후 D램 시장에선 '3강 구도'가 고착돼있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D램에 비해 작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이 34.0%로 1위고 일본 키오시아가 18.3%로 2위다. 미국 웨스턴디지털(14.7%) SK하이닉스(12.3%) 마이크론(11.0%) 인텔(6.7%)이 3~6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기술력 과시하며 삼성전자 위협
마이크론은 최근 빠른 기술 개발로 반도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래 D램, 낸드플래시 시장 모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반걸음 정도 느린 '추격자'였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전에 성공했다. D램에선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4세대 10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제품을 뜻하는 '1a D램'을 양산했다. D램의 세대가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더 작고 전력효율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도 3세대 10nm D램이 주력제품이다. 4세대 10nm 제품은 4분기께 본격 양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5위권인 낸드플래시에서도 마이크론은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출시했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하는 '셀'을 높이 쌓는 게 기술력의 척도로 꼽힌다. 저장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시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를 내놨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은 128단이었다.

마이크론이 치고나온 것은 내부적인 전략적 결정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 반도체 전문 교수는 "마이크론이 1년에 한 번 정도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3위권 업체가 시장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의 또 다른 강점은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다. 마이크론의 차량용 D램 점유율은 50%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D램은 PC나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제품보다 요구되는 성능이 높다. 초고온이나 저온 상황에서 견딜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들은 '이해타산이 안 맞는다'며 소홀히했지만 마이크론은 차량용 반도체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꾸준히 공략한 게 주효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선언한 미국 정부의 지원도 마이크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지난 1월 미국 내 반도체 제 '반도체법안(CHIPS for America act)', '파운드리법안(American foundries act)'을 국방수권법에 편입해 통과시켰다. 반도체 제조 시설에 연방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난 4월엔 반도체 연구개발에 535억달러를 지원하는 '미국 혁신 및 경쟁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었다.
메모리반도체 중장기 수요 증가 전망
최근 주가는 주춤했다. 8월6일 80달러까지 오르며 단기 고점을 찍은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달 31일 73.7달러로 7.9% 하락했다. 마이크론 실적은 반도체 가격에 연동돼 움직인다. 최근 PC D램 현물가격이 급락하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게 주가를 끌어내렸다.

과거부터 반도체업황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본 글로벌 IB 모건스탠리는 '메모리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비관론을 부채질했다. 보고서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멈칫할 것이란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대량거래 때 활용되는 가격)이 오는 4분기에 최대 5%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의견도 나온다. PC D램은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남짓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서버 D램이란 분석이다. 비관론에 선 쪽은 "PC D램 가격이 하락하면 서버 D램 구매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지만 세계 최대 IB로 꼽히는 골드만삭스 등은 "서버 D램 수요는 지속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AI, 5G 기술의 확산으로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클라우드업체들의 서버에 필요한 D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PC D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서버용 D램 가격은 오를 것"이라며 "2022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목 집중분석] D램 '만년 3위' 마이크론, 기술력으로 삼성전자 위협

마이크론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도 긍정론이 우세하다. 마이크론에 대해 분석보고서를 낸 증권사 28곳 중에 22곳은 '매수' 의견이고 '중립(Hold)'은 6곳에 그쳤다.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14.04달러로 현재 주가 대비 50% 이상 상승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마이크론은 오는 28일(현지 시간) 2021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을 공개한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주당순이익(EPS) 범위는 2.2~2.4달러다. 이는 3분기 1.88달러보다 17~27.7% 많다. 증권사 컨센서스는 2.24달러다. 대당 2500억원 안팎인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도입하면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점, 1A D램과 176단 낸드플래시 등 신제품의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 등 수익성에 대한 언급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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