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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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가 급등했던 코로나 수혜주들이 최근 일제히 조정받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여전히 창궐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으로 경제활동이 점차 재개된 여파다. 코로나 수혜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화상회의 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ZM) 주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16.69% 하락한 289.5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점(559달러) 대비 10개월여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수혜를 본 종목이지만 오프라인 활동이 재개되면서 매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주가 하락률은 30%에 달한다.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줌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급성장한 대표적 ‘코로나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해 주가 상승률은 400%를 웃돈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사용자가 늘었고, 각국 정부까지 이용할 정도로 일반화되면서 시가총액이 정보기술(IT) 대기업인 IBM을 넘어서기도 했다.
줌·펠로톤·핀터레스트 급락…코로나 수혜株 조정 시작됐다
그러나 백신 보급과 함께 사무실 출근 재개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면서 매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전날 줌은 올해 5~7월 매출이 10억달러를 넘어 작년보다 5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였지만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300%를 넘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개인 사용자와 10인 이하 소규모 기업 고객 부문의 실적이 부진했다. 소규모 대면 모임이 늘어나면서 집중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다음 분기인 8~10월에도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31%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켈리 스테클버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에서 맞바람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JP모간은 “미래 성장동력이 큰 회사지만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춰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줌뿐 아니라 ‘집콕주(stay-at-home)’ 주가도 빠르게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앞서 미국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PTON) 역시 비슷한 이유로 최근 주가 하락을 겪었다. 지난달 26일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을 발표한 이후 10% 넘게 주가가 떨어졌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지만, 3분기엔 2분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2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25만 명으로 1분기 대비 40% 줄었다는 소식이 악재가 되고 있다. 펠로톤의 가입자 수가 감소한 건 여섯 분기 만에 처음이다. ‘홈트레이닝계 넷플릭스’로 불렸지만 리콜 이슈 등도 발목을 잡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핀터레스트(PINS)도 지난해 250% 넘게 급등했지만 올해에는 30% 이상 하락했다. 코로나19 시기 요리법과 공예 관련 시각 자료가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활성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감소로 돌아섰다.

원격의료 업체인 텔라독(TDOC)도 올 2월 290달러를 웃돌던 주가가 최근 144달러 선으로 떨어진 채 부진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