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넘은 삼성SDI…'배터리 대장株' 교체
삼성SDILG화학을 제치고 시가총액 6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로 올라섰다. LG화학이 오랜기간 점유하던 배터리 1등주 자리가 삼성SDI로 바뀐 것이다. 삼성SDI가 LG화학을 넘어선 것은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엎치락뒤치락하던 2007년 초 이후 처음이다.

시총 7위로 밀려난 LG화학

31일 삼성SDI는 3.93% 오른 7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54조5303억원으로 LG화학(53조5090억원)을 1조213억원 차이로 앞섰다. LG화학은 1.56% 내린 7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SDI를 80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LG화학은 84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도 LG화학을 421억원어치 팔아치웠다.
LG화학 넘은 삼성SDI…'배터리 대장株' 교체
2분기 말까지 LG화학 시가총액은 60조원으로 삼성SDI보다 13조원가량 많았다. 삼성SDI가 LG화학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은 LG화학에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다. 최근 LG화학이 배터리를 납품한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볼트’에 이어 폭스바겐 ‘ID.3’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 여파로 11일 만에 주가가 15% 가까이 빠졌다. 반면 삼성SDI는 꾸준히 올랐다. 지난 6월 초 대비 30%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LG화학 배터리 문제가 부각되면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으로 매수세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美 공장, 늦지 않게 설립”

LG화학과 달리 삼성SDI에는 호재가 겹쳤다.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공장 증설을 예고한 게 계기가 됐다. 과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비해 증설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SDI의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콘퍼런스콜에서 손 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2025년부터 전기차 부품을 역내 생산할 수밖에 없게 돼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삼성SDI가 신규 고객사를 확보했거나 기존 고객사 납품 물량을 늘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SDI가 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을 분리하는 물적분할을 예고했다. 배터리 사업부가 자회사로 독립하고, 기존 주주들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소유하는 구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한 주주 대부분이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물적분할은 주가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와 달리 삼성SDI는 순수 배터리 회사여서 이런 우려가 없다.

차입 없이도 증설 가능

수익창출력 지표인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도 삼성SDI가 LG화학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화학이 배터리 사고로 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의 연간 EBITDA는 올해 2조4000억원, 2022년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는 삼성SDI가 외부 차입 없이도 연간 20GWh 이상의 생산능력(CAPA)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LG화학이 충당금을 쌓는다면 삼성SDI가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EBITDA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분기 배터리 사업부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실적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 영업이익은 1조1694억원으로 작년 대비 7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영업이익은 1조5582억원으로 올해보다 33% 늘어날 전망이다.

박의명/구은서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