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6월 증시서 퇴출
상폐 이후에도 꾸준한 의혹 제기

횡령·배임 등 혐의로 퓨전 실소유주 B씨 고소 당해
다오요트 인수 등 잇단 '잡음'…검찰 조사에 나서
상장폐지, 주식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를 예상하고 종목을 사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일부러 상장폐지 시키는 경우가 있다. 상폐꾼이나 회사의 돈을 챙기기 위한 횡령꾼들이 있는 경우다. 제도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고의 상장폐지' 수법을 이용한다. 회계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수법으로 일부러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회사를 상장폐지시키는 방법이다. 문제는 고의 상폐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이 짊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상폐된 기업들의 사례를 조명해 문제점을 파헤치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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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시장에서 회사자금을 빼돌린 뒤 회계장부를 없애고 달아나는 '고의적 상장폐지'나 상습적 횡령세력들이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퓨전(퓨전데이타)이 소송전에 휘말렸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되면서 잊혀진 주식이 됐지만, 피해는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남으면서 고소·고발전으로 치닫고 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고의 상장폐지 의혹을 비롯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퓨전의 주주인 A씨 실소유주인 B씨를 비롯해 관계자 5명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문현철)에 배당됐다. B씨는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시장 질서를 해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B씨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주요 인물들과 한 때 사업을 함께 했던 무자본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퓨전을 이용해 여러개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횡령·배임을 해왔다는 것이다. 퓨전을 창구로 불법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한 후,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8년 B씨는 퓨전홀딩스(옛 삼성금거래소홀딩스)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퓨전을 인수하고, 이후 2019년 알루미늄선박 제조업체인 다오요트와 에스엘바이오닉스(895 +2.17%)(옛 세미콘라이트)를 인수했다. 다오요트 주식 14만주를 약 25억원이 아닌 저가에 인수할 수 있었음에도 다오요트 원주인인 C모씨와 공모해 허위 인수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자금 일부를 빼돌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러한 수법은 다른 자회사에서도 발견되고, 퓨전 이후 인수한 다른 상장사(N사 자금으로 E사에서 인수한 D사 M&A건)에서도 이러한 의혹이 있다는 게 고소인 A씨의 주장이다.

B씨는 퓨전을 통해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퓨전 측에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B씨는 퓨전에서 일반공모증자를 통해 31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당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금사용목적과 달리 자금을 전용해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주식을 사들였다.

B씨는 이후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에스엘바이오닉스 주식을 시장에 전량 매도, 퓨전과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지분 관계가 없어지게 만들었다. 대량 매도로 인해 에스엘바이오닉스 주가가 폭락하자 B씨는 자신과 지인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3000만원짜리 페이퍼컴퍼니로 에스엘바이오닉스 주식을 다시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고소인 A씨는 B씨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에스엘바이오닉스의 경영권을 사유화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공시와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A씨 주장대로 B씨와 지인이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에 설립된 신생회사로, 자본금이 310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고소인은 퓨전에서 벌어진 많은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B씨가 퓨전의 실질심사와 외부감사를 일부러 부실대응, 회사를 고의 상장폐지 시켰다고 주장한다. 향후 고소인 A씨는 검찰 외에도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등 감독기관에도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퓨전 사업연도와 관련해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했던 이촌회계법인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면서 "(퓨전) 경영진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평가보고서 이외에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 및 평가와 관련된 제반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고소인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당시 퓨전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면서 "퓨전을 운영할 당시 10원 한푼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적이 없으며, 퓨전이 상장폐지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 중 하나다"고 말했다.

2001년 설립된 퓨전은 정보시스템 통합(SI)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였다. 2019년부터는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M&A에 몰두했으나 회계법인으로부터 2년 연속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지난 6월10일 증시에서 퇴출됐다.

퓨전의 매출액은 2018년 연결기준 173억원었으나 다음해 162억원으로 줄기 시작하더니 작년에는 13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심지어 올 1분기 개별기준 매출은 3억원(5100만원) 미만임이 확인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추가되기도 했다.

이처럼 실적은 곤두박질 쳤지만, 상장폐지 당시 주요 투자기업은 코스닥 상장사를 포함해 여럿인 거으로 확인됐다. 공시를 통해 확인된 투자기업만도 에스엔케이글로벌, 다오요트, 바이오트리, 세미콘라이트 등이다. B씨는 이처럼 실소유한 퓨전을 비롯해 투자기업이 많다보니 코스닥 시장 안팎에서는 '회장님'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 회장님과 관련된 기업들은 줄줄이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장과 투자된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퓨전의 상장폐지 여파가 불어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계속)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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