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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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건설주가 상승했다. 하지만 이때 많은 투자자는 경계심을 갖고 지켜봤다. 지난 10년간 건설주는 기대를 받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상승세를 탈 수 없다는 인식도 강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스피지수가 조정받는 가운데도 건설주는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방향이 공급 확대로 돌아섰고, 내년 예정된 대통령선거가 기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건설주가 본격적인 회복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관이 사고 개인은 팔고

30일 GS건설은 6.85% 오른 4만3700원에 마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4.04% 오른 2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건설(2.9%) 대우건설(2.28%) DL이앤씨(4.51%)도 강세를 보였다. 태영건설(4.29%) 금호건설(3.59%) 등 중견 건설사 역시 일제히 상승했다.

상승세는 기관이 주도했다. 기관은 GS건설을 23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DL이앤씨는 116억원, 현대건설은 7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밖에 다른 건설주도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올랐다. 반면 개인들은 보유 물량을 처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상승세를 촉발한 것은 공급 확대 소식이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수도권과 세종·대전에 1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4 대책’ 후속 조치다. 당초 계획됐던 13만1000가구에 9000가구가 추가됐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부동산 공약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9일 5년 동안 전국에 250만 호 이상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10년 만에 호황 맞은 이유?

건설사 실적은 국내와 해외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국내와 해외가 동시에 좋았던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으로 플랜트 수주가 늘어나면서 국내와 해외 모두 좋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영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이클이 이전과 다른 점은 국내와 해외 모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공급 확대로 선회했고, 유가도 오르면서 산유국들의 발주 정상화가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호재는 대통령선거다. 부동산이 대선의 핵심 이슈로 자리잡으면서 정부·여당과 야당 후보들이 공급 확대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건설주는 ‘선거 호재’가 나올 때마다 급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건설주가 한 차례 뛰었고,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주가는 다시 ‘레벨업’했다. KRX 건설업지수는 오 시장이 당선된 4월 7일부터 5월 7일까지 한 달간 11%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정책 변화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키워드는 부동산"…건설株, 동반 급등

브랜드 앞세운 대형사 유망

증권사들은 대형 건설사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형 건설사 위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대형 건설사로 분류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작년 재건축·재개발 물량의 67%를 10대 건설사가 수주했다. 전년 대비 4%포인트 늘었다. 조 연구원은 “재건축·재개발은 조합원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브랜드 순위가 높은 대형 건설사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대형사 중에서도 정비사업 수주 비중이 높은 곳이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정비사업 수주 비중이 크다. 현대건설은 작년 4조7000억원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 중 서울시 중점 재개발 지역인 용산구 한남3구역에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를 따냈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정비사업 수주 잔액이 28조원으로 전체 주택 수주 물량의 70%를 차지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