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고기 전쟁'…美 소고기 독점한 빅4에 칼 빼든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형 정육 업체에 반독점 규제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반독점 규제 관련 행정명령에 소고기 시장의 독점을 해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소고기 시장은 4대 정육 업체인 타이슨, JBS USA, 카길, 내셔널비프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백악관은 “4개 기업의 독점으로 축산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 5년간 소고기 가격은 오른 반면 축산 농가의 몫은 37.3%로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도축·가공을 하는 4대 정육 업체가 중간에서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4대 정육 업체는 월마트, 타깃, 크로거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와 손 잡고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유통 소매 시장 역시 대형 유통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상위 4개 대형 유통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2019년까지 40%에 달했으며 대도시에서는 70% 이상이었다.

규모가 큰 4대 정육 업체는 대형 유통업체에 저렴하게 소고기를 납품할 수 있다. 이에 중소형 정육 업체가 점점 더 시장 점유율을 잃게 돼 4대 정육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가디언은 소고기 시장 독점이 소비자와 축산농가의 이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 육류 공급이 일부 기업에 독점돼 있으면 이들 기업에 문제가 생길 때 육류 공급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대 정육 업체의 대형 공장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공장이 문을 닫았고 소고기 가격이 크게 뛰었다. 정육 업체들은 손실을 유통업체들에 전가했고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

최근에는 4대 정육 업체 중 하나인 JBS USA가 사이버 공격을 받자 미국의 소고기 시장 전체가 휘청였다. 며칠 동안 전체 육류 공급량의 약 20% 책임지는 생산 시설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오스틴 프레릭 예일대 반독점 프로젝트 부국장은 “4대 정육 업체의 소고기 시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의미 있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