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최모씨는 미국 주식에 푹 빠져 있다. 밤낮도 바뀌었다. 뉴욕증시 개장 시간에 맞춰 방송하는 유튜브 채널을 챙겨보는 것은 물론 새벽까지 미국 시장 상황을 보며 주식을 사고파는 ‘올빼미 투자’가 새로운 일상이 됐다.

"밤 10시 반, 미국場 열렸다" 심야거래 264만건
최씨만이 아니다.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밤잠을 잊은 올빼미 투자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밤 12시 이후 해외 주식 주문 건수는 264만2719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시간으로 0시부터 미국 증시가 마감하는 새벽 6시까지 주문을 넣은 건수다. 이 수치는 7월 기준으로 2019년 28만6673건에서 지난해 167만1740건, 올 들어서는 25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과거 미국 투자는 시차 탓에 어려움이 컸다. 보통 장이 열리기 전 주문을 넣어놓는 일이 많았다. 미국 장을 지켜보더라도 밤 12시가 되기 전에 잠드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자는 사이 장이 급변해도 개인투자자가 곧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주식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에 밤잠을 마다하고 투자에 나선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30세대에서 그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2030 여성의 경우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 투자하는 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7월 0~4시 주문 건수는 272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7월에는 12만4117건까지 급증했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밤샘 투자 건수 증가율은 2030 여성이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증가로 심야시간 사용에 대한 부담이 감소한 데다 프리랜서 2030 여성의 투자 활동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새벽 4~6시에는 60대 이상의 투자가 집중됐다. 0~4시 시간대를 주로 활용하는 2030 올빼미 투자족에 비해 60대 이상 투자자들은 4시 이후를 선호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다소 빨리 잠드는 대신 일찍 일어나 장 막판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