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이퍼링 실시되면 주식 폭락할까

18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온종일 미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미니츠'(Minutes)를 기다렸습니다. 테이퍼링에 대한 강력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말 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 시점에 대해 Fed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금리 인상 시점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 △델타 변이 등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영향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등 여러 가지 언급을 했지만, 아무래도 '슈퍼 비둘기' 파월 의장이 밝힌 것보다는 매파적 발언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입니다.

전날 급락했던 주요 지수는 이날도 0.1~0.3% 내리면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미니츠 발표 전까지 비슷한 수준에서 횡보했습니다.

오후 2시 S&P 500 지수가 잠시 플러스권으로 돌아선 상태에서 회의록 공개를 맞았습니다. 그때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299%(전날 종가 1.264%)까지 올라있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주식 투자자들은 미니츠에서 Fed 위원들이 델타 변이 관련 경기 불확실성을 강조할 것으로 기대한 듯하고, 채권 시장에서는 빠른 테이퍼링에 대한 확실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봤던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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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에는 정말 자산 매입, 테이퍼링 관련 발언이 많았습니다. 지난 6월 FOMC 회의록에서 10번 언급됐던 자산 매입은 7월 의사록에서 무려 41번 언급됐습니다.

가장 주목된 건 "대부분 참여자는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는 문구였습니다.

또 "대부분 참석자는 물가 안정 목표의 기준이 이미 달성됐다고 언급했다. 고용에 대해선 대부분이 최대 고용을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기준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는 달성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문구들만 보면 올해 안에 테이퍼링 실시는 확실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내부 의견은 아직 통일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수는 현 상황에 비춰볼 때 몇 달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고 판단했으나, 다른 몇몇 참석자들은 내년 초에 시작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라고 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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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에서 참여자들은 경제 전망에 전반적으로 낙관적이었지만 약간의 우려도 표했습니다.

"몇몇 참가자는 델타 변이 사례 증가가 직장 및 학교 복귀를 지연시켜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을 강조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몇몇은 델타 변이의 영향이 예상보다 커지면 견해를 바꿀 수 있다는 의사도 표명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요약하면 △테이퍼링은 올해 중 실시될 수 있다 △'상당한 추가 진전'은 물가에선 충족됐지만 아직 고용은 아니다 △9월 FOMC(21~22일)에선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 △모기지 증권만 먼저 매입을 줄이지 않는다 △델타 변이는 하방 위험이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주가는 잠깐 반등했지만, 오후 2시 30분께부터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08%, S&P 500지수는 1.07% 내렸고 나스닥은 0.89%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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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오후 2시 회의록이 나온 뒤 급락했습니다. 결국, 전날과 같은 1.26%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달러화 가치도 오후 2시 이후 ICE 달러인덱스 기준 93.2에서 93.1로 소폭 떨어졌습니다.

채권 시장과 외환 시장은 델타 변이 하방 위험을 더 많이 봤지만, 주식 시장에선 올해 안에 테이퍼링이 실시될 위험을 주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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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회의록을 보면 멤버들이 언제 테이퍼링을 시작할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없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최근 Fed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사들이 나온 것에 비춰볼 때 예상보다는 비둘기파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WSJ은 17일자 기사에서 "Fed 내에서 9월 발표, 11월 테이퍼링 실시 의견이 지지세를 얻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7월 FOMC는 지난달 말에 열렸고, 이후 이달 초 7월 신규고용이 1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발표됐으며 '9월 테이퍼링을 발표할 수 있다'라는 기사는 며칠 전 나왔다는 점에서 회의록은 그냥 회의록으로만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 회의록이 시장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회의록에서 하방 위험으로 지목된 델타 변이의 경우, 월가에서는 여전히 아주 심각한 위험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BAML)은 "델타 변이 감염자 증가율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신규 감염자가 이번 주말께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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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2분기 실적을 공개한 타겟은 델타 변이 확산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실적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지난 18개월 동안의 실적을 보면 우리 팀과 운영 모델이 환경 변화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라고 밝혔다.

역시 실적을 내놓은 로우스(LOW)도 "개학 학기 수요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어쨌든 테이퍼링은 곧 실시될 것입니다. 시기만 아직 발표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계속된다면 Fed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여지를 주기 위해 2022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끝내길 원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4분기가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기에 좋은 시기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비둘기파'로 유명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도 "테이퍼링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실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큰 질문은 테이퍼링 일정이 발표되고 실제 실시가 되면 시장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 것인지 여부일 것입니다.

월가에서는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보는 뷰가 많습니다. '소문에 팔고 뉴스에 사는' 일이 나타나면서 2013년과 같은 '테이퍼 탠트럼'은 없을 것이란 것입니다.

루츠홀트 투자그룹의 짐 폴슨 전략가는 이날 "지난 몇 달 동안 테이퍼링 실시는 기정사실화됐고, 벌써 금융시장 전반에 상당히 눈에 띌만한 변화를 초래했다. 그래서 Fed가 테이퍼링을 공식적으로 시작할 때면 아마도 약간의 추가적인 흔들림만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금융시장에 이미 채권 매입 축소에 대비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례로 인플레이션 기대의 축소,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원자재 가격의 횡보, 주식 시장에서의 소형주와 경기순환주 및 신흥시장 주식 등의 조정 등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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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의 크리스 헤이지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봄, 여름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테이퍼 탠트럼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걱정이 덜하다. 테이퍼링을 한다는 사실은 역을 떠났고, 이제 투자자들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할 것인지 일정에 대해서 듣고 싶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Fed의 테이퍼링 발표가 2013년에 경험한 '테이퍼 탠트럼'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Fed는 과거 경험을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하기 전에 더 잘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2013년에는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5월22일 갑자기 의회에서 테이퍼링이 실시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발작을 겪었습니다. 후퍼 전략가는 "Fed는 올해 초부터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에 대해 '지나치게' 투명하게 밝혀왔다. 많은 사람이 '테이퍼 토크 피로'까지 느끼는 상황"이라고 당시와 상황이 다름을 지적했습니다. 후퍼는 또 Fed가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등 두 가지 정책 도구는 따로 분리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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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퍼 전략가는 "델타 변이 확산과 글로벌 성장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테이퍼링 발표와 함께 결합하면 단기 매도 등 약간의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도 "Fed의 계속된 예고 덕분에 시장은 테이퍼링에 잘 준비될 것이며 2013년 테이퍼 탠트럼 같은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서는 시장이 만약 급락한다면 Fed가 테이퍼링 일정, 계획 등을 조정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란 기대도 큽니다. 이미 파월 의장은 지난 2018년 양적 긴축(QT)을 할 때 '오토파일럿'(자동으로 계속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그해 12월 뉴욕 증시에서 30%에 육박하는 폭락 사태를 유발한 적이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그 직후인 1월 금리 인상 움직임까지 멈추면서 시장을 안정시켰고, 2019년 중반부터는 다시 금리를 내렸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Fed가 투명하게 알려온 만큼 테이퍼링 발표가 나와도 시장에 큰 소동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인 큰 그림에서 보면 중앙은행으로부터 몰려나온 막대한 유동성이 앞으로 조금씩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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