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많은 개미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지만 올해는 성공담을 듣기 쉽지 않다. 주식시장이 조정받으면서 코스피지수가 6개월 전 수준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실력 좋은 펀드매니저에게 자산을 맡긴 투자자들이다.

지수 상승률 대비 최소 10배

코스피 0.2% 오를 때…펀드 고수는 25% 수익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2월 17일~8월 17일) 코스피지수는 0.29%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3.19% 상승했다.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수세가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이 손해를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액티브 주식형 펀드는 최대 25%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수익률 1위인 KB중소형주포커스는 최근 6개월 사이 25.17%(클래스A 기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2위인 KTBVIP스타셀렉션은 16.29%를 나타냈다. 3위는 16%를 기록한 KB밸류포커스였다.

4위부터 10위까지도 수익률이 11~15%에 달했다. 지수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이들 펀드는 지수를 추종하기보다 개별 종목을 발굴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담지 않거나 최소한의 비중만 편입했다.

박스권에서 빛나는 실력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장에서 펀드매니저의 실력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하락장에서는 종목 발굴 실력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익률 상위 펀드의 편입 종목을 살펴본 결과 개별 호재에 민감한 코스닥 종목을 주로 담고 있었다.

KB중소형주포커스는 편입 1위 종목이 골프존(비중 9.1%)이었다. 편입 비중 3위는 골프존뉴딘홀딩스(5.64%)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등한 두 종목 덕분에 전체 수익률을 25%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펀드를 운용하는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장은 “벤치마크(BM·목표수익의 기준이 되는 수익률)를 잡지 않고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비중을 실은 점이 주효했다”고 언급했다.

KTBVIP스타셀렉션도 ‘보텀업’ 방식으로 종목을 고른다. 가치투자 명가인 VIP자산운용이 종목을 자문하고, KTB자산운용이 펀드를 운용하는 구조다. 이 펀드는 모빌리티, 바이오, 전기전자 등 ‘핫한 업종’을 골고루 담고 있는데, 신기술 이해도가 높은 박성재 VIP자산운용 밸류팀장의 투자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솔케미칼, 엘앤씨바이오, SKC, 현대차 등의 종목을 담고 있다.

이 펀드는 VIP자산운용 직원들이 퇴직연금을 넣는 펀드로도 유명하다. 수익률을 1년, 2년, 3년 등 어떤 단위로 끊어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브레인코스닥벤처는 아이진, 시큐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주를 집중 발굴해 13.2%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미래에셋코스닥혁신성장펀드는 리노공업, 다원시스, 파크시스템스 등을 담아 12.55%의 수익률을 올렸다.

존 리·강방천 펀드도 선방

유튜브 유명 인사인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의 펀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메리츠코리아스몰캡은 11.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강 회장이 운용하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는 10.4%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최근 6개월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순유입 금액이 208억원으로 부진하지만,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에는 퇴직연금을 포함해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펀드는 카카오, LG전자우, 현대차2우B 등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에 장기 투자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연초 이후 1조1782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1007억원이 순유입되는 등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자 일부 투자자가 간접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