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기관투자가들이 2분기에도 소비재 종목을 사들이며 경기 반등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로 흔들리는 중국 주식과 관련해선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한 종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정리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美 큰손들, 월마트·P&G 등 소비 관련株 대거 샀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2분기 어떤 종목을 사고팔았는지 공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form 13F)에 따라 1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기관은 분기 말 이후 45일 이내에 보유한 종목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미국 큰손들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소비재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브리지워터는 지난 2분기 △월마트(163만 주) △코스트코(28만 주) △프록터앤드갬블(P&G·153만 주) △코카콜라(257만 주) △펩시(88만 주) 등을 추가 매수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가격 결정력을 가진 P&G 등의 소비재 회사에 집중 베팅하는 한편 경기 반등을 고려해 월마트 등 마트주를 쓸어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브리지워터는 1분기에도 P&G 등을 매수한 바 있다.

다른 기관도 소비재 종목에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는 슈퍼마켓 크로거 주식을 1073만 주 추가 매수했다. 버핏은 1분기 크로거 주식을 약 1753만 주 사들인 뒤 계속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빅쇼트’에서 이름을 알린 마이클 버리의 사이언에셋매니지먼트는 2분기에 월마트 콜옵션을 37만8600주 새로 사들였다. 콜옵션은 주식을 살 권리를 매수하는 것으로, 주가가 오르면 이 권리를 행사해 약속된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콜옵션을 산 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다.

한편 미국 기관들은 중국 주식과 관련해선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유명 헤지펀드 투시그마인베스트먼트는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 주식을 추려냈다. 중국의 방송플랫폼 후야(-140만 주)와 빌리빌리(-81만 주)는 전부 매각했고,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 역시 3만3885주를 모두 팔아치웠다. 반면 사교육 규제 여파로 급락한 탈에듀케이션은 250만 주를 새로 사들였고, 플랫폼 기업 바이두 주식도 약 82만 주 신규 매수했다.

브리지워터는 기존 보유 주식분의 5% 내에서 미세 조정하는 방식으로 ‘차이나쇼크’에 대응했다. 달리오는 최근의 중국 증시 혼란에도 불구하고 자산 다각화 측면에서 중국 주식은 꼭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브리지워터는 2분기 △징둥닷컴(-5만3436주) △탈에듀케이션(-8500주) △바이두(-4794주) △니오(-3494주) 등을 덜어냈다. 반면 △빌리빌리(6만383주) △알리바바(1만6340주) △핀둬둬(1437주)는 추가 매수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