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고평가 논란 속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후 2거래일동안 파죽지세로 상승하며 한때 시가총액 규모 9위에까지 올랐다. 이후 소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시총 10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 12일 에코프로비엠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각각 직전거래일 대비 2.25%와 7.41% 상승했다. 같은 날 케이엠더블유는 1.55% 하락했다.

네 종목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배경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변경이다.

지수 편입으로 펀드자금 유입 기대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 날인 지난 6일 밤 MSCI 지수로의 조기 편입이 발표됐다. 에코프로비엠과 SK IET는 12일 MSCI가 발표한 ‘8월 분기 리뷰’ 결과를 통해 MSCI 지수 편입이 결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MSCI 8월 분기 리뷰를 통해 지수 편입이 결정됐지만,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7거래일동안 76.83%가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 때문에 정작 지수 편입이 발표된 날에는 조정을 받았고, 13일에는 다시 반등했다.

반면 케이엠더블유는 MSCI 한국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이번에 편입·편출이 발표된 기업들은 이달 종가를 기준으로 각 지수에 반영된다.

MSCI 지수의 구성 종목에 포함됐는지, 빠졌는지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이유는 지수에 반영된 뒤 글로벌 펀드 자금의 유출입이 예상돼서다. 펀드매니저가 펀드 운용을 잘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지표가 ‘벤치마크’ 수익률인데, MSCI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펀드의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되고 있다.
'제 2의 신풍제약'이 될지도…'카카오뱅크' 주가 상승의 비밀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 분기리뷰를 통해 MSCI 지수에 편입된 데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3393억원이, SK IET에 1766억원이, 에코프로비엠에 2019억원이 각각 유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MSCI는 1986년 모건스탠리에 인수된 회사로 글로벌, 선진국, 신흥국, 프론티어 등 네 개 지역에서 대표 기업들의 주가를 지수화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다. 미국계 펀드가 주로 MSCI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한다면, 유럽계 펀드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를 많이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한국거래소가 만든 코스피200 지수도 활용된다.
특히 ‘패시브 펀드’는 벤치마크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편입 비중이 될 때까지 기계적으로 사들인다. 벤치마크 지수의 변동률과 펀드 수익률을 똑같이 맞추기 위해서다.

펀드의 기계적 매수로 주가·기업가치 사이 괴리 커지기도

문제는 패시브 펀드의 기계적 매수로 인해 주가와 기업가치 사이에 큰 괴리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이다. 돌발 이벤트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요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주식을 펀드들이 사들이면서, 이벤트의 힘이 크게 약해졌는데도 주가가 더 치솟기도 한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신풍제약의 급등이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며 임상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2019년 724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는 작년 7월22일 12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신풍제약은 불어난 시가총액 덕에 8월엔 MSCI 지수에, 9월엔 FTSE 지수에, 12월엔 코스피200 지수에 각각 편입됐다. 신풍제약 주가는 각 지수로의 편입이 반영된 직후 짧게 급등했다가 급락 후 횡보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이 회사 주가의 고점은 FTSE 지수 편입 소식이 전해진 작년 9월18일의 19만8000원이다.

하지만 신풍제약이 급등락세를 연출하던 때 또 다른 말라리아치료제인 클로로퀸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클로로퀸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찬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부상했고,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도 받았다. 그러나 FDA는 클로로퀸의 긴급사용승인을 작년 6월 취소했다. 신풍제약도 지난달 5일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피라맥스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 3상에 나설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다.

신풍제약의 지난 13일 종가는 6만6800원으로 고점과 비교하면 3분의1 토막 났지만, 2019년 종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9배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3조5394억원으로 SK케미칼(3조4784억원)보다 크다.

신풍제약의 작년 영업이익은 78억5000만원으로 2019년과 비교하면 40% 증가한 수준이지만, 2018년의 77억5000만원과는 큰 차이가 없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1억20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