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목표가를 대폭 하향했다. 앞서 홍콩계인 CLSA증권도 같은 이유로 국내 반도체 대형주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하는 등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리포트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반면 또 다른 대형 IB인 골드만삭스는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매수’ 의견을 유지해 주목된다.
모건스탠리는 11일(현지시간)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이르러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전환했다. 목표가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종전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낮췄다. SK하이닉스의 목표가는 현재 주가보다 10% 이상 낮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D램 업황 침체가 내년 1분기부터 시작해 재고로 인한 과잉 공급 상태가 1년가량 유지될 것으로 봤다. D램보다는 낸드 플래시에 대한 선호를 나타냈다.
지난 9일 CLSA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CLSA는 “PC와 스마트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줄이기 시작했고 데이터센터의 재고 축적도 올 4분기 이후 정상화될 것”이라며 “올해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D램과 낸드의 평균단가가 25%가량 떨어지는 하강 국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LSA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7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내렸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12일 “D램 가격 우려에도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PC 수요 부진과 D램 재고 증가 등으로 인한 가격 약세 조짐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버 D램으로 수요가 늘면서 PC 쪽 D램 부진을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체 메모리 수요에서 PC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그치지만 서버 쪽 비중은 3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D램 재고는 1주일 이하로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과거 심각한 메모리 가격 조정기 때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과 서버 부문의 강한 계절적 수요 등으로 재고 물량은 올 하반기가 지나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가를 각각 10만7000원, 17만7000원으로 유지했다.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외국계 IB의 잇단 반도체 비관론에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는 10조원, SK하이닉스는 4조원가량이 이날 하루 만에 증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10만원 선이 붕괴됐다가 4.74% 내린 10만500원에 마감했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를 인수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확대하고 유럽 자산운용 시장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NNIP 입찰 경쟁에서 독일 자산운용사 DWS를 제치고 최종 인수 대상자가 됐다. 인수액은 16억유로(약 2조2028억원)로 알려졌다. 2018년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뒤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골드만삭스가 자산운용사 인수에 나선 것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변동성이 큰 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주식·채권과 같은 직접 투자보다 안정적인 수익이 들어오는 자산운용 사업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도다.올해 2분기 골드만삭스는 153억달러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다. 시장 전망치를 30억달러나 웃돌았다. 하지만 고객 자산운용 부문의 수익은 전체 수익의 25%에 불과했다.이번 인수로 유럽 자산운용 시장에서 골드만삭스의 입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NNIP는 네덜란드에서 네번째로 큰 자산운용사다. 운용 중인 자산의 규모는 3550억달러(약 417조6600억원)에 달한다.NNIP는 ESG 투자 경쟁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NNIP가 운용 중인 자산의 75%가 ESG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자산운용사 중 최고 수준이다.골드만삭스는 "고객들의 ESG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NNIP 인수를 통해 녹색채권(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 지속가능한 투자 등에서 골드만삭스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다른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공격적 M&A에 나서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이 늘고 있지만 수수료가 턱없이 낮아져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규모를 키워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솔로몬 CEO는 "자산운용업계가 계속 통합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자산운용사 추가 인수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들었다. 인텔이 대형 M&A에 성공할 경우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겔싱어는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산업에서 (M&A 등) 통합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며 인텔이 통합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 진출 계획을 담은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에 공장을 신설하고 있고 오레건주에는 증설을 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 매출 기준으로 한국 삼성전자에 세계 1위를 빼앗기는 등 고전 중인 인텔이 ‘퀀텀 점프’(비약적 성장)에 성공하려면 M&A가 필수라는 판단을 이번에 확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인텔이 세계 파운드리 4위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성사될 경우 인텔이 단숨에 파운드리 시장의 강자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겔싱어는 인수설과 관련해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인텔은 적극적인 인수자”라며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가 최근 미 증시 기업공개(IPO)를 신청하면서 인텔의 인수 시도가 좌절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겔싱어는 M&A에 집중하는 이유로 세계 반도체산업의 변화를 꼽았다. 반도체산업이 자본·기술집약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형사들의 시장 과점이 필연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공장 건설에 100억달러 이상이 드는 등 제조비용이 급등한 현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겔싱어는 “10~15년 전만 해도 최첨단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선도기업 10여곳이 있었지만 이제는 세 곳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그리고 인텔을 뜻한다. 그는 전 직장인 소프트웨어 개발사 VM웨어, EMC 등에서 약 100건의 인수를 성사시킨 경험도 있다. 겔싱어는 지난 2월 인텔의 사령탑으로 취임하고 나서 6개월 동안 인텔의 영토 확장 야심을 공격적으로 드러내 왔다. 지난 3월 IDM 2.0 전략을 공개했고 7월 기술설명회에서는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2025년부터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주요 기업 중 3nm 미만 공정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또한 세계 최대 통신칩 설계전문 업체(팹리스)로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로 꼽히는 퀄컴을 거래처로 확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대할수록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TSMC 등에는 악재가 된다. 겔싱어는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을 타고 정치적 행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아시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설득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4월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이후인 지난달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관료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며 로비를 벌였다. 지난 4월에는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EU 회원국 내 공장을 건설할 의향을 내비쳤다. 겔싱어는 올해 유럽에 더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과 EU에 생산시설 건립의 대가로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삼성전자가 11일 발표한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4'를 9일간 써봤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기능은 체성분 측정이었다. 스마트워치로는 처음 지원되는 것이다. 15초면 체지방률 측정 'OK' 시계 오른쪽 버튼 2개를 동시에 누르면 체지방률, 체지방량, 골격근량, 체수분, 체질량지수(BMI), 기초대사량을 알려준다. 약 15초면 결과가 나온다. 헬스장이나 보건소에 가지 않아도 내 몸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다. 측정된 값은 평소 수치와 거의 비슷했다. 워치 4는 혈압, 심전도 측정도 지원한다. 운동 기록도 꼼꼼히 관리해줬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근력 운동 등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운동 시간과 심박수, 페이스 등을 기록한다. 달리기는 좌우 비대칭 정도, 체공 시간, 규칙성 등이 좋은지 나쁜지도 분석해줬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쏠렸던 달리기 자세를 고칠 수 있었다. 워치 4는 '걸음 수 6000보, 활동 시간 90분, 칼로리 소모 500kcal'라는 하루에 채워야 할 목표를 제시해주고, 이를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한 시간 이상 활동이 없으면 "움직일 시간이에요"라는 알림이 왔다. 체성분 측정과 운동·활동 기록이 꼼꼼히 이뤄지니 "운동, 건강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자극이 왔다. 코로나19로 운동량이 줄고 체지방 관리에 손 놓은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에게 워치 4가 운동을 하고 싶게 만드는 건강 관리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워치 4는 수면 측정도 지원한다. 특히 코골이, 수면 중 혈중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이번에 추가됐다. 코골이는 소리가 녹음된다. 평소 코골이를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30분~1시간 정도 코를 곤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 받았다. 수면 중 깬 시간, 렘수면, 얕은 수면, 깊은 수면 등 시간이 얼마인지도 알려줬다. 이런 수치들을 종합해 수면 점수도 내준다. 다만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잠을 자라" 이상의 조언은 없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기대를 모았던 혈당 측정 기능은 이번엔 빠졌다. 혈당은 당뇨 환자뿐 아니라 상당수 중장년층이 관심이 많은 건강 지표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워치에 혈당 측정 기능을 넣기 위해 기술 개발 중인데, 먼저 구현하는 제품이 나오면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세련되게 바뀐 디자인 시계는 기본적으로 패션 용품이다. 스마트워치도 건강 관리 기능 이전에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다. 워치 4는 다소 투박했던 전작들에 비해 디자인이 세련되졌다. 신작은 알루미늄 소재의 현대적인 느낌의 워치 4와 스테인리스 소재 고급스러운 느낌의 워치 4 클래식으로 나뉘어 출시됐다. 두 제품 다 시계 본체의 두께가 얇아졌다. 스트랩과 본체 연결 부분에 틈이 거의 없어졌다. 워치 3는 오른쪽 버튼이 많이 튀어나온 편이었는데, 이번엔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얇아졌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어우러져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세련된 디자인이 됐다. 시계 화면은 시침·분침이 나오는 클래식 디자인, 숫자가 나오는 디지털 디자인, 동물 그림 등 그래픽이 강조된 디자인 등을 골라 바꿀 수 있다. 시계 줄은 고무 소재가 기본이나 가죽 소재 등으로 교체 가능하다. 갤럭시 워치 전작은 화면을 조작할 때 느리고 버벅거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신작은 전반적인 작동이 빠르고 부드러워져 불편함을 거의 못 느꼈다. 삼성전자는 워치 4의 중앙처리장치(CPU) 속도가 20% 빨라지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10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워치 4는 시계 테두리를 손으로 눌러 위아래로 움직이면 메시지, 활동 기록, 체성분 기록 등으로 화면을 바꿀 수 있다. 손에 물기가 있으면 조작이 다소 뻑뻑한 느낌이 있었다. 워치 4 클래식은 별도의 회전 베젤이 있어 조작이 원활했다. 동작 감지 기능도 편리했다. 팔을 위아래로 두 번 움직이면 전화를 받고 손목을 두 번 회전시키면 전화 수신을 거부할 수 있다. 워치 4는 운영체제(OS)를 삼성전자 자체 개발 OS에서 구글 OS로 바꿨다. 덕분에 구글 지도, 유튜브 뮤직 등 앱을 쓸 수 있고 구글 플레이 앱을 통해 스포티파이, 네이버 지도, 티머니 등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네이버 지도 등 일부 앱은 올 4분기에 지원될 예정이다. 카카오톡도 지금은 문자가 올 때만 확인할 수 있다. 4분기엔 먼저 카카오톡 앱을 켜고 문자를 보내는 등 '단독 앱'처럼 쓸 수 있게 된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최대 40시간 쓸 수 있다. 30분 충전하면 최대 10시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26만~42만원으로 워치 3(42만~52만원)보다 저렴해졌다. 현재 사전 판매 중이며 정식 출시일은 27일이다. 서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