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조기교육’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올해 증권사를 통해 개설된 신규 미성년 계좌가 5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내 10개 증권사(대신·미래에셋·유안타·삼성·신한·키움·하나·KB·NH)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롭게 개설된 미성년자 주식계좌는 총 48만327개(6월 말 기준)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작년 국내 전 증권사 신규 미성년 계좌 수(47만5399개)보다 많다. 미성년 계좌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0개 증권사의 누적 미성년 계좌 수도 116만2605개를 기록해 처음으로 100만 개를 돌파했다.

소액으로 운용되던 미성년 계좌의 자산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KB증권에 따르면 2019년 1900억원 수준이던 미성년 계좌 보유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6100억원으로 225.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개인고객의 자산 증가율 93.7%(42조4000억원→82조200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미성년 계좌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주식에 대한 인식이 ‘위험한 금융상품’에서 ‘아이들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 수단’으로 바뀐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식을 통해 재테크 및 경제 조기교육에 나선 ‘파파개미’(아빠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주식을 증여 수단으로 택하는 부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 및 금융자산 증여 신고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8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공모주 청약 열풍이 거세지면서 투자자들이 자녀 계좌 등 가족 전체 계좌를 동원해 청약에 나선 것도 미성년 계좌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다양한 이유로 개설된 미성년 계좌의 수익률은 전 연령대를 압도하고 있다. 올해 6월 말까지 NH투자증권이 약 425만 개 고객 계좌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8세 이하 미성년 계좌의 수익률(주식, 채권, 펀드, 현금성자산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은 11.12%로 집계됐다. 20대(7.13%), 30대(7.23%)를 크게 웃돌았다. 빈번한 매매를 통해 수익률이 하락한 2030과 달리 미성년 계좌는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현대차 등 우량주 위주로 담고 묵묵히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해외 주식 투자 열기도 뜨겁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공모주 청약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미성년들도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