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처럼 쉽지 않은 따상…'공모주 단타' 더 이상 안 통한다
6일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시초가가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7% 높은 5만3700원에 형성되자 ‘카카오뱅크 따상 실패’란 말이 터져나왔다.

따상은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한다는 의미로 더블의 잘못된 표현인 ‘따블’과 상한가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증권가 은어다. 증시 규정상 상장 첫날 오를 수 있는 최대치까지 뛰는 것이다. 공모가의 2.6배가 최대치다.

카카오뱅크는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고 관심 종목으로 역대 5위 규모의 청약 증거금(58조3020억원)이 몰려 따상 기대가 컸지만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가 되는 ‘따’가 좌절됐다. 카카오뱅크 따상 실패에 대해 “삼성전자가 상한가까지 못 올랐다고 ‘삼성전자 상한가 실패’라고 할 수 있나요”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 같은 대형주를 두고 ‘따상 실패’라고 하는 것은 ‘삼성전자 상한가 실패’처럼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했다.

최 연구위원은 “만약 카카오뱅크가 따상에 성공했다면 시가총액이 공모가 기준 18조5289억원에서 하루 만에 48조1751억원으로 급증해 현대차를 넘어서는데 이것을 기대하는 게 합리적이냐”고 반문했다.

말처럼 쉽지 않은 따상…'공모주 단타' 더 이상 안 통한다
따상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종목에서 가끔씩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SK바이오팜이 지난해 ‘따상상상’(따상 후 이틀 더 상한가 기록),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 3월 따상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이 ‘크고 좋은’ 기업은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크게 뛴다고 착각하게 됐다는 게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상장한 327개 기업 중 따상 기업은 29개였는데 유가증권시장에선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명신산업 등 3개뿐이었다고 했다.

오는 10일 상장하는 크래프톤도 올 하반기 최대 기대주 중 하나다. 공모가가 다소 높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청약 증거금은 약 5조원에 그쳤다. 하지만 상장 직후 시가총액으로 국내 게임 대장주가 될 전망이라서 투자자의 관심이 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가 호황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공모주를 서로 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기관의 ‘블러핑’ 얘기가 들리고, 따상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는 단타를 노리는 상황이 정점의 징조라는 얘기다. 그는 “대개 기관은 운용하는 자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청약을 하는데 일부 기관이 가진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으로 청약하는 블러핑을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고 전했다.

어차피 청약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으니 자금 규모를 부풀려도 실제 배정받는 주식을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100억원짜리 펀드를 1조원짜리 펀드로 청약하는 식이란다. 이 관계자는 “공모주는 일종의 공동구매”라며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주식을 풀면서 싸게 나눠주니까 다들 몰려드는데 그렇다고 해서 ‘단타’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모주 투자에서 2~3일 사이에 승부를 보려고 덤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흐름을 보라고 했다. 공모가 6만5000원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18일 따상으로 16만9000원을 찍고 11만4500원까지 밀렸다가 24만원을 넘어섰다. 5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주가가 공모가의 네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하이브는 상장 후 13만원까지 빠졌다가 지금은 31만원이다. 공모주를 단타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기업 내용이 좋다면 중장기 투자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공모주는 시가총액이 클수록 공모가 언저리에서 3~6개월 정도 오르내리다가 본격적인 상승과 하락이 결판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