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발표 후 이틀 연속 하락세다. 물적분할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SK이노베이션을 집중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분할을 놓고 평가가 정반대로 엇갈리고 있다. 배터리 사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엇갈리는 평가
5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05% 떨어진 2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3만원대까지 주가가 빠진 건 올 4월 9일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10월 1일자로 배터리 사업 부문을 가칭 ‘SK배터리’로 물적분할한다고 공시한 후 3.75% 떨어진 24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일 물적분할 가능성을 언급한 뒤 이날까지 주가 하락폭은 19.28%다.
물적분할 발표 후 총 19개 증권사가 관련 리포트를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유일하게 목표주가를 20% 올린 36만원으로 제시했다. 5개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내렸다. 나머지 증권사는 그대로다. 하나금융투자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투자의견도 하향 조정했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대신·신영·하이투자증권 등 세 곳으로 모두 40만원을 제시했다. 현대차증권과 DB금융투자는 25만원으로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내놨다.
평가도 정반대다. 논쟁의 중심은 배터리 사업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다. 물적분할을 하면 SK이노베이션이 SK배터리 지분을 갖는 지주사 역할을 한다. SK배터리의 기업 가치는 얼마인지, 그 기업 가치에 얼마큼의 할인율을 적용해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가치로 인정할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 변수를 보는 시각이 증권사마다 다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1년 뒤에나 있을 지분 희석을 걱정하기에는 당장의 배터리 실적 개선세가 너무 고무적”이라며 “현 주가는 배터리 부문 가치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할인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높이면 현 주가는 배터리 사업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평가’ 계산법 보니
저평가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증권사마다 계산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BK투자증권은 2022년 배터리 부문 실적을 기준으로 지주사할인 30%를 적용해 배터리 부문 지분 가치가 18조3070억원이라고 산정했다. 이를 적용한 목표주가는 35만원이다. KTB투자증권은 경쟁사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비교하되, 40%의 지주사 할인율을 적용했다. 그렇게 나온 배터리 지분 가치는 11조4170억원, 목표주가는 34만원이다.
물적분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던 하나금융투자는 2023년 생산능력 기준 배터리 지분율과 지분 가치에 각각 40% 할인율을 적용해 14조9380억원을 배터리 지분 가치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27만원이다.
증권사마다 배터리 지분 가치를 몇 년도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계산할지, 할인율은 얼마를 적용할지 셈법이 천차만별이다. 변치 않는 숫자도 있다. 1000GWh, 약 130조원에 달하는 SK배터리의 수주 잔액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도 흑자전환 이후 실적 개선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가치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SK배터리 가치가 20조원도 안 되는 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다. LG화학 주가가 배터리 지분 가치를 이유로 지난해 9월 물적분할 발표 이후 조정을 거쳐 그동안 30% 넘게 올랐다는 점도 긍정론의 근거다.
일각에서는 SK배터리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증권사들이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주관해 SK배터리의 상장주관사 자격이 없는 KB증권도 SK이노베이션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밝힌 SK이노베이션이 이틀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5일 오전 9시30분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3000원(1.23%) 오른 24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전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을 분할하기로 배터리 사업을 보고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지분 가치 희석을 우려하면서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증권가에서도 배터리 사업 분할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로 향후 기업공개(IPO)에 따른 배터리 사업 지분가치 희석 및 지주사 할인 반영 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여타 사업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광구 매각을 시작으로,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매각했고, 최근에는 SK종합화학 지분 49%의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으며,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정유사업에 대한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이어 “존속법인의 성장 전략으로 수산화리튬 회수기술을 통한 2025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 3000억원을 제시하지만,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의 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 감소를 상쇄하고 자체 생존이 가능한 선순환 사이클로 진입시키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보인다”고 평가했다.앞서 LG화학도 작년 하반기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를 물적분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이에 반발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로 주가가 조정을 받은 바 있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하나금융투자는 5일 SK이노베이션의 사업 분할 계획에 대해 향후 지주사 할인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27만원으로 각각 내렸다.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로 향후 기업공개(IPO)에 따른 배터리 사업 지분가치 희석 및 지주사 할인 반영 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여타 사업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광구 매각을 시작으로,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매각했고, 최근에는 SK종합화학 지분 49%의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으며,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정유사업에 대한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이어 “존속법인의 성장 전략으로 수산화리튬 회수기술을 통한 2025년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 3000억원을 제시하지만,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의 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 감소를 상쇄하고 자체 생존이 가능한 선순환 사이클로 진입시키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보인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해야 할 포인트가 하나씩 삭제되고 있다”며 “이 회사가 보유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동종 산업 내 개별 투자 대안도 많다”고 설명했다.한편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50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사에 걸쳐 재고이익이 약 3000억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재고이익 중 석유사업 관련 금액은 2430억원으로, 재고이익을 제외하면 석유사업은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달성한 셈이라고 하나금융투자는 설명했다.배터리는 판매량 증가 및 판관비 감소로 직전분기 대비 영업손실 폭을 788억원 줄인 97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배터리) 사업을 떼내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을 단행한다. 1996년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지 25년 만이다. 분사에 이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분할을 의결했다고 4일 발표했다. 다음달 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주식회사’(가칭)를 각각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사업 분할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신사업을 발굴하는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된다.SK이노베이션은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 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재원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배터리 사업의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내년께 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도 올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상장에 따른 대규모 재원 조달을 통해 글로벌 선두권 배터리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올 상반기에 LG에너지솔루션(2위)과 삼성SDI(5위)에 뒤진 세계 6위였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