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주도 함께 꿈틀거리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계기로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산업도 코로나19를 계기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급등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178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위탁 운용 벤치마크를 ‘코스피+코스닥100’에서 코스닥50개 종목을 추가한 ‘코스피+코스닥150’으로 개편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소재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
반도체 패권전쟁 낙수효과 기대…'반·디' 소재株 고공비행

반·디 소재주 고공행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7월에 각각 2.73%, 11.76% 하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파운드리사업과 인수합병(M&A) 등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대표주인 LG디스플레이는 같은 기간 10% 하락했다. 코로나19로 PC와 TV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 상반기까지 급격하게 치솟았던 LCD 패널 가격이 고점을 찍고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주는 선방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달 19.31% 상승했다. 한솔케미칼, 솔브레인도 각각 8.96%, 3.38% 올랐다.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파운드리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소재 기업들도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3년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진행할 파운드리 신규 투자 규모만 약 158조원으로 추정된다. 대만 TSMC가 115조원, 미국 인텔이 23조원, 삼성전자가 20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파운드리 3~4위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소재 기업, 고객 다변화 기회

소재 기업에는 고객사를 다변화할 기회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2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한다면 한국 반도체 소재 업체들도 미국 현지에 신규 투자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TSMC에 파운드리 소재를 공급 중인 한솔케미칼은 미국 내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에 대응하고 인텔 등으로의 고객 다변화를 위해 미국 현지에 공장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소재 기업의 미국 진출은 고객 기반 다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기업 가치 상승 요인으로 직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반도체 소재 업종 최선호주로 SK머티리얼즈, 한솔케미칼, 솔브레인을 꼽았다.

신한금융투자는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OLED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관련 소재·장비주를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OLED와 LCD 패널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OLED 패널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애플이 아이패드에 OLED 패널을 쓸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올해 1분기 글로벌 OLED TV 판매량은 119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90.7%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덕산네오룩스, SK머티리얼즈, 한솔케미칼 등을 OLED 소재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다.

반도체·OLED·배터리 한번에 투자

한솔케미칼과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OLED, 배터리 소재를 아우르는 황금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애플 아이폰13 등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반도체·OLED 패널·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솔케미칼이 생산하는 고순도 과산화수소와 전구체(프리커서) 판매가 증가하고, 배터리용 테이프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실적 개선 기대도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퀀텀닷(QD) OLED TV 양산을 본격화하면 한솔케미칼이 만드는 QD 소재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SK머티리얼즈는 과감한 M&A를 통해 특수가스 중심인 수익 구조를 OLED, 배터리로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국 배터리 실리콘 음극 소재 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스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다고 공시하면서 배터리 소재주로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적극적이고 과감한 M&A를 하고 있다”며 “변화와 성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