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가장 뜨거운 투자 테마는 ‘테마’다.”

최근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로 돈이 몰려들면서 자산운용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테마형 ETF는 전기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특정 테마와 관련된 지수를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된 펀드다. 기존에는 코스피지수, S&P500 등 대표 지수를 단순히 따라가거나 이를 재가공한 ETF가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산업과 테마가 급부상하면서 테마형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망 업종, 투자 트렌드에 손쉽게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게 테마형 ETF의 강점이다. ‘동학개미운동’ 같은 직접 투자 열풍도 테마형 ETF 투자 열기에 불을 붙였다.
전기차·반도체·ESG…쏟아지는 '테마 ETF' 뭘 고를까?

전기차·리튬 ETF 투자 열풍

올해 국내 주식시장을 달군 테마형 ETF 대표주자는 단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 ETF다. 운용규모(순자산총액) 1조원을 넘기며 테마형 ETF 열풍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순자산총액이 1611.3% 폭증했다.

이 상품은 중국 전기차 및 관련 부품을 생산하면서 중국,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 ETF의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수익률은 약 30%에 달한다. 국내 전기차나 관련 부품 기업에 투자하는 다른 전기차 ETF 수익률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0일에는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 SOLACITVE ETF를 출시했다. 상장한 지 나흘 만인 23일 국내 상장 ETF 중 최단기간에 개인 순매수액 1000억원 돌파 기록을 썼다. 2차전지 산업이 유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금을 끌어모았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가 연간 30~4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ETF 포트폴리오는 미국 리튬 생산업체 앨버말, 중국 2차전지 분리막 제조기업 창신신소재,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 등을 담고 있다.

‘핫한 테마 잡아라’ 업계 경쟁 치열

유망 테마를 발굴, 선점하기 위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은 치열하다. 지수형 ETF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자산운용은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내 최초’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KODEX Fn웹툰&드라마를 비롯해 시스템반도체 산업 관련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Fn시스템반도체, 국내 시가총액 톱10 종목에 동일 가중으로 투자하는 KODEX Fn Top10동일가중을 상장했다.

같은 날 NH-아문디자산운용도 국내 콘텐츠 경쟁력에 주목한 HANARO Fn K-POP&미디어를 출시했다. 또 HANARO Fn K-게임, HANARO Fn K-반도체도 동시 상장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한국 대표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K시리즈’ ETF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테마형 ETF시장 6개월새 두 배 성장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신상품 출시 행렬 속 관련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다섯 곳(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는 테마형 ETF 규모(순자산총액)는 작년 말 6조9661억원에서 올 6월 말 13조6224억원으로 6개월 새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2019년 말(5조6166억원)과 비교하면 눈부신 성장세다. 순자산총액은 ETF의 시가총액이다. 상장된 주요 운용사의 테마형 ETF는 2019년 말 102개에서 올 상반기 132개로 늘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X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테마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2019년 말 280억달러에서 2020년 말 1040억달러, 올 6월 말 1430억달러로 증가했다. 테슬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유명해진 미국 아크인베스트의 테마형 ETF가 지난해 투자자 사이에 입소문이 난 것도 시장 성장을 자극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정 테마가 뜨면 지수사마다 관련 지수를 만들어달라는 자산운용사들의 의뢰가 쏟아진다고 한다”며 “주식투자 열기 자체가 식지 않는 이상 당분간 테마형 ETF 투자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ETF는 실시간 정보가 공개되는 만큼 실제 포트폴리오가 테마를 얼마나 대표하는지, 기초지수와의 괴리율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