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제조업체 A사는 오랜 기간 지역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겼다. 지난해 감사인이 서울에 있는 회계법인으로 바뀌었다.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에 따라 ‘주기적 지정감사제도’가 도입돼 원하지 않았지만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상장사가 6년간 감사인(회계법인)을 자율 선임한 뒤 다음 3년은 정부로부터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다. 감사보수가 올라간 건 물론 현장방문 숙박비·교통비 등 감사를 위한 각종 제반 비용까지 늘면서 감사 부담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新외감법 5년간 감사보수 급증…"중소기업 회계비용 부담 심각"
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2017~2021년 12월 결산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법인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1개사당 평균 감사보수는 2017년 1억2500만원에서 올해 2억8300만원으로 연평균 22.64% 늘었다. 감사 기간도 연평균 12.69% 증가했다.

이는 올해는 분기보고서에 기재된 계약상 시간과 보수를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다.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상장사협 측 설명이다.

신외감법의 영향이다. 2018년 11월 시행된 이 법의 핵심은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이 투입해야 하는 적정 감사시간을 정해놓은 표준감사시간제, 주기적 지정감사제 등이다. 2018년 상장사 한 곳당 평균 감사보수는 전년보다 13.1% 늘었지만 2019년에는 증가율이 29.3%로 뛰었다.

보완장치가 마련돼 있긴 하다. 감사인이 과도한 감사보수 등을 요구할 경우 피감기업은 1회에 한해 증권선물위원회에 감사인 교체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표준감사시간제로 감사에 투입하는 시간 자체가 늘어나 비용이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표준감사시간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 4월 30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지정을 요청한 기업 중 ‘감사보수가 낮아졌다’는 응답은 23.8%에 불과했다. ‘감사보수가 비슷’(45.2%)하거나 ‘오히려 증가’(14.3%)한 경우도 있었다.

신외감법 중 단계적으로 도입 중인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발등의 불이다. 신외감법은 회사가 갖추고 지켜야 할 재무보고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해 외부감사인의 ‘검토’가 아니라 ‘감사’를 받도록 했다. 회사는 회계 전문 인력과 전산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회계 투명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인 만큼 취지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자산 규모 등에 따라 부담을 덜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행 표준감사시간제의 경우 업종 구분이 제조, 서비스, 건설, 금융, 도소매업 및 기타 등 6개에 불과해 기업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이 같은 지적과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연결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시행 시기를 1년씩 미뤘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2022년에서 2023년으로, 5000억원 이상 상장사와 그 외 상장사는 각각 2024년과 2025년으로 연기했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고 해도 내부회계관리는 중요하다”면서도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회계관리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등에서는 자산 규모 1000억원 미만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연 매출 1억달러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재무보고내부통제 감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