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 공장 방문한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연합뉴스
롯데정밀화학 공장 방문한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연합뉴스
연기금이 롯데정밀화학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2분기에 실적 개선세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당초 우려와 달리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다. 롯데그룹의 수소사업에서 롯데정밀화학이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롯데정밀화학은 0.71% 상승한 7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3.17% 내리자 투자자들이 저가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기금은 지난달초부터 한달넘게 롯데정밀화학을 순매수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한 421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은 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0% 늘었다.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염소 계열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의 주력상품인 에폭시수지 원료(ECH)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저점 대비 95.3% 올랐다. ECH는 방수·방청 페인트의 주된 원료로, 건설·조선·자동차 산업에서 사용된다. 2분기 염소 부문 영업이익은 244억원으로 전년 동기(65억원) 대비 275.38% 급증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암모니아 부문의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전년 동기(105억원) 대비 28.57% 늘었다. 친환경 소재 셀룰로스는 원료가격 및 선박운임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날 주가가 빠진 것은 2분기 피크아웃 우려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화학 업황 둔화로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공급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롯데정밀화학 주가는 지난 4월 22일 7만1100원에 올라선 후 세 달 넘게 6~7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롯데정밀화학의 향후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는 ECH, 내년에는 친환경 소재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건설 호황과 선박 발주 증가로 ECH 수요 강세가 지속되는 반면 중국의 설비 가동 문제로 역내 공급은 부족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원료가격과 선박운임이 정상화되면 친환경 소재 사업의 수익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롯데정밀화학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049억원이다. 전년 대비 47.22% 증가한 수치다. 롯데정밀화학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8년 2107억원에서 2019년 1897억원, 2020년 1392억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가 올해 반등할 전망이다.

수소경제 활성화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수소 공급망(밸류체인)에서 롯데정밀화학의 암모니아가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연 90만t 암모니아를 유통하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윤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수소 사업에서 롯데정밀화학의 역할은 여전히 과소평가된 상태”라며 “향후 실적 개선을 통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