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로 편법상장 잇따라
美 "위험 공시"…IPO 절차중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려는 중국 기업에 지배구조와 중국 정부의 사업 간섭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중국 기업의 IPO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SEC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자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제재하는) 최근 중국의 상황과 중국에 기반을 둔 가변이익실체의 위험성을 우려한다”며 “직원들에게 중국 기업에 이와 관련한 공시 자료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의 중국 기업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징둥닷컴 디디추싱 등 주요 중국 기업은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우회 수단으로 ‘가변이익실체 구조’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차량호출 기업 디디추싱은 베이징 샤오쥐커지라는 지주회사가 중국과 해외에 여러 개로 쪼개져 있는 사업 회사들을 보유한 지주회사 체제다. 샤오쥐커지는 가변이익실체인 베이징디디의 지배를 받는다. 베이징디디와 샤오쥐커지 사이에 지분 관계는 없다. 계약에 의해 지배관계를 형성할 뿐이다.

지난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디디글로벌은 케이맨군도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디디글로벌은 홍콩에 있는 또 다른 홍콩샤오쥐커지 지분을 100% 갖고 있다. 홍콩샤오쥐커지는 중국 본토에 있는 가변이익실체 베이징디디 지분을 100% 보유한다. 디디글로벌과 홍콩샤오쥐커지, 베이징디디는 사실상 같은 회사인데 미 증시 상장을 위해 복잡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런 가변이익실체 구조는 중국 정부가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부인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겐슬러 위원장은 “일반투자자는 중국에서 운영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명의만 있는 페이퍼컴퍼니의 주식을 사들인다는 것을 알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이유로 SEC가 중국 회사의 IPO 등록 절차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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