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예상했던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10.8%였다. 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V자형’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딴판이었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집계 결과 2분기 성장률은 6.5%(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속보치)에 그쳤다. 당초 6.4%로 기록됐던 1분기 성장률도 6.3%로 하향 조정됐다.

줄줄이 빗나간 미 성장률 예측

올해 美 성장률 전망 놓고…Fed '갈팡질팡'
2분기 성장률 6.5%도 미국의 잠재성장률(1.5~2.0%)을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저 효과로 33.4%를 기록했던 작년 3분기를 빼면 2003년 이후 18년 만의 최고치다. 하지만 시장에선 실망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 절차마저 늦출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다.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한 배경이다.

다우존스와 블룸버그통신이 각각 집계했던 전문가들의 2분기 전망치는 8.4%로 일치했다. 블룸버그는 상무부 발표 이후 “미 경제가 성장 가속도를 거의 내지 못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2분기에 상품·서비스 소비가 12%가량 늘었지만 재고가 급감하고 민간 투자 및 무역 거래가 부진했다.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는 한편 기업 인력난까지 가중되면서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액션이코노믹스의 마이크 잉글런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분기 성장률이 대다수 기관의 예측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공급난이 지속되면 3분기 이후 전망치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올해 미 경제가 6.1%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회계컨설팅 업체인 그랜트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사람들 생각만큼 외식을 하거나 여행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ed, 경제 예측 또 바꿀 듯

전문기관들은 조만간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가 2분기에 정점을 찍고 조금씩 둔화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어서다. 2분기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1조9000억달러) 효과를 톡톡히 봤던 시기다. 더구나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3분기에 속하는 이달 초부터 본격 확산하기 시작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델타 변이가 퍼지더라도 전면적인 재봉쇄 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부품·원자재 공급 및 인력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추가 부양책이 나오기 어려운 데다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 수준이기 때문에 경기 하강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올해 미 성장률을 7% 안팎으로 제시한 상태다. 최근 IMF는 올해 전망치를 종전 6.4%에서 7.0%로 오히려 높여 잡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7.4%, 영국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는 7.7%로 예측했다. 미 경제가 올해 1984년(7.2%) 기록마저 뛰어넘을 것으로 봤다.

통화 당국인 Fed의 분석력은 더욱 의심받게 됐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7.0%로, 3개월 만에 0.5%포인트 높였기 때문이다. Fed는 9월 FOMC에서 다시 하향 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Fed는 매 분기 말 열리는 FOMC에서 실업률 물가와 함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