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2분기 실적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린 기업들이 돋보이고 있다. 하지만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엇갈렸다. 2분기를 기점으로 ‘반짝 특수’가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종목은 하락했고,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들은 주가가 올랐다.

○업황 고점 여부가 변수

LG디스플레이는 이달 들어 28일까지 6.53% 하락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79배에 불과하다. 28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영업이익 7011억원으로 4년 만의 최대치였다. 이번 실적의 일등공신은 액정표시장치(LCD)였다. 하지만 급등했던 LCD 가격이 2분기 고점을 찍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29일 주가가 1.75% 하락한 배경이다.
LGD·OCI, 깜짝실적 냈는데…왜 못뜰까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OCI도 영업이익 1663억원으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발전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생산 규모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OCI 주가도 이달 들어 28일까지 6.38% 올랐다. 하지만 29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5.60% 하락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호실적과 가격 피크(고점) 사이’라는 보고서에서 “폴리실리콘 현물 가격이 6월 고점을 찍고 약세로 돌아섰다”며 “하반기 태양광 설치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한 폴리실리콘 가격이 또 급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반기 전망에 갈린 주가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9% 늘어난 91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많아 보이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약 20% 못 미치는 성적표다. 중국 이니스프리와 국내 면세점 매출이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의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면서 매출이 e커머스로 이동하길 기대했으나, 브랜드 선호도가 열위에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e커머스 채널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 오프라인 시대에 대규모 ‘임차료’가 발생했던 것만큼 온라인 시대에는 대규모 ‘마케팅비’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는 한 e커머스 채널로의 전환이 곧 손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29일 12개 증권사가 일제히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이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던 주가는 이날 3.17% 추가 하락했다.

하반기에도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종목은 실적 발표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전기는 이달 들어 28일까지 6.21% 오른 데 이어 29일 2.13% 추가로 상승했다. 지난 2분기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 전 사업부의 실적이 골고루 좋았는데, 앞으로의 전망도 밝기 때문이다.

○신사업 투자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신사업 투자 여부가 주가 상승 여부를 가르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2분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사 부문 트레이딩 영업 실적이 좋아지고, 국내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서 패션 부문 영업이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효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주가는 추가로 올랐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벤처투자가 공동 출자해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조성하고 바이오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신산업을 육성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그룹 총수의 8월 사면 또는 가석방 가능성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하면서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 1.05% 오른 1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