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당신이 얼마나 손실을 보든 신경쓰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의 슐리 런 칼럼니스트가 최근 이런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요즘 중국 주식들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디디추싱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보 규제가 나왔고요, 그 다음에는 사교육업체들을 비영리기구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이 나왔습니다. 곧바로 음식배달업 배달원 처우를 개선하라는 지침도 내놨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굵직한 규제가 세 건 나왔습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바이오 분야에서도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관련 기업들 주가는 물론 폭락했고요. 다음 타깃으로는 부동산개발업체들과 게임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런 칼럼니스트가 이번 칼럼에서 제목을 좀 강하게 달긴 했는데요. 그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이런 기조를 보이는 이유가 투자자의 손실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목표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먼저 빅테크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독점을 규제해서 신생 스타트업들을 계속 키우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또 중국의 평범한 가정에 대도시에서 사는 비용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확신을 주려고 하는 의도도 있다는 겁니다.

제가 차이나스톡이나 평소에 쓰는 다른 기사들로 몇 번 말씀드렸습니다만, 공산당의 최고 목표는 체제 유지입니다. 최근 일련의 규제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그 목표 위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차이나스톡에선 최근 중국 증시를 흔들고 있는 중국의 규제 시리즈를 다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식배달업도 규제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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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기구 7곳이 합동으로 지난 26일 음식배달 플랫폼의 배달원 권익을 보호하는 지침을 내놨습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시장감독총국, 인터넷 기강을 총괄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판공실은 디디추싱 조사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공안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등이 나섰습니다.

지침 이름은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의 의무를 실천하고 배달원의 권익을 철저히 수호하는 것에 관한 의견'입니다. 여기서 의견은 지침을 뜻하고요. 중국에서 정부의 지침은 사실상 법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음식배달 산업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한국보다 확실히 앞서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소비자 입장이긴 합니다. 음식배달 요금이 물가가 서울만큼 비싼 베이징에서 6위안, 약 1060원입니다. 아침식사부터 커피 야식까지 배달이 안 되는 품목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거의 모든 음식이 배달됩니다. 또 조금 더 확장하면 배달원이 수퍼에서 장을 봐서 집까지 가져다 주는 서비스도 보편화돼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되는 건 반대로 말하면 경쟁이 치열하고 배달원 처우가 열악하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중국 음식배달 시장점유율은 1위 메이퇀뎬핑이 60%, 2위 어러머가 35% 정도로 두 업체가 9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 업체에 속한 배달원은 메이퇀이 950만명, 어러머가 300만명 정도입니다.

메이퇀은 노란색, 어러머는 하늘색 유니폼을 입는데요, 중국 길거리에 나가보면 노란색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배달원들이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을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인건비 상승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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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침의 핵심은 배달원 임금 인상과 휴식시간 보장입니다. 먼저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들에게 배달원 사회보험 가입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배달원들은 각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이거나 인력 파견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파견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인 경우도 많고요. 이런 경우 사회보험 가입이 잘 안 되는 게 문제로 지적이 돼 왔습니다. 중국의 사회보험은 대표적으로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이 있고요 또 고용보험도 있습니다.

임금 관련해서는 또 보수적으로 계산한 배달원의 평균 수입이 해당 지역의 노동자 최저 임금에 못 미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습니다. 성과가 조금 떨어지는 배달원에게도 최저 임금은 보장하라는 얘기고요. 또 각지에 배달원 휴식 장소를 마련해서 근무 환경을 개선하라고도 했습니다.

음식주문을 분배하는 알고리즘도 손봐서 전체적인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추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배달원이 근무 조건 향상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도 각 기업들이 권장하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인건비가 당연히 늘어날 거고요, 메이퇀과 어러머 실적은 악화될 겁니다.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메이퇀 주가는 지침이 나온 26일 당일에 14% 폭락했고 그 다음날도 10% 넘게 빠졌습니다. 실적이 악화될 뿐 아니라 배송료도 올라갈 전망입니다. 싼값에 배달 음식을 시켜먹었던 소비자들도 지출이 약간 늘어나게 됐습니다.
체제 유지에 방점
음식배달이나 디디추싱의 승차호출업처럼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있고, 그 플랫폼에 등록해서 일을 하는 긱 근로자가 형성하는 경제를 긱 이코노미라고 합니다. 긱은 1900년대 초반 미국 재즈바에서 밴드 구성원이 빌 때 임시로 들어가서 연주하는 연주자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하나의 경제 용어가 됐습니다.

긱 이코노미의 가장 큰 강점은 유연성입니다. 근로자는 하루에 한두 시간만 일하면서 돈을 적게 받을 수도 있고, 10시간 넘게 일하면서 돈을 많이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각종 고정비용을 아낄 수 있고요. 이렇게 생성되는 경제적 가치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긱 이코노미를 이상적으로 본 관점입니다.

실제로는 긱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너무 적거나 근로조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긱 이코노미 관련 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가 세계 각국 정부의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중국이 음식배달에서 배달원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규제로 얻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해서일 겁니다. 먼저 빅테크 규제 효과가 있습니다. 메이퇀은 홍콩증시 시가총액 7~8위 하는 빅테크이기도 하고, 또 메이퇀의 단일 최대주주는 20%를 들고 있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입니다. 메이퇀의 창업자 황싱은 지분을 8%만 들고 있긴 합니다만 차등의결권이 있어서 경영권은 황싱에게 있습니다. 텐센트를 그래서 최대주주라고도 하고 2대주주라고도 합니다. 또 어러머는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입니다. 결국 음식배달업을 규제한다는 건 양대 빅테크인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음식배달원 권익 향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다른 효과는 사회 안정입니다. 지난 1월 어러머의 배달원이 임금 체불을 주장하면서 분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이 IT 기업들의 과도한 연장근로 관행에 대한 비판과 맞물리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배달원에게 주는 배송 시간이 너무 짧아서 배달원들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고요.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저임금 근로자들이 음식배달 시장으로 대거 내몰렸습니다. 그러면서 배달원 처우도 악화됐는데, 이들이 사회 불만세력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로선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사교육비 줄여 출생률 높인다는데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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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업 관련 규제는 자세히 보면 빅테크 규제와는 결이 다르긴 합니다. 다만 온라인 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에듀테크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고, 미국과 중국 모두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큰 틀에서 보면 규제 악재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교육사업 규제를 중국의 체제 유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빅테크 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행정부인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의 경감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의견은 역시나 사실상 법률적 효력을 가진 지침이고요.

중국은 정부 위에 당이 있습니다. 지방정부인 성을 보면 도지사 격인 성장보다 그 성의 당 서기가 서열이 높죠. 판공은 사무에 해당하는 말이고요. 공산당 중앙판공청은 기본적으로는 비서 조직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할 수도 있고요. 중앙판공청 명의 지침이라는 건 시진핑 주석의 지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지침에 실린 무게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침의 주요 내용을 보면, 의무교육 단계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나 수학 같은 이른바 '학과류'를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는 일괄적으로 비영리 기구로 등록해야 합니다. 사교육 업체의 신규 등록도 중단되고요. 비영리 기구가 되면 이익이 나도 돈을 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돈을 벌 목적으로 학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온라인 교육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뀝니다. 기존 업체들은 전면 조사를 거쳐 다시 허가받아야 합니다. 온라인 교육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또 사교육 업체가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안되고요, 상장 교육업체가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안됩니다. 여기까지는 주로 교육업체에 대한 규제 측면입니다.

지침을 더 살펴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학교 기능 강화입니다. 학교가 방과후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하고, 교사들은 질좋은 방과후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교육 서비스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 있는 방침인데, 서비스 공급자인 교사 입장에선 부담이 상당히 커지는 정책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교육부가 이런 비슷한 정책을 검토했다가 진보측 전교조와 보수측 교총이 오랜만에 의견 일치를 보고 결사 반대한 바 있습니다. 중국에선 공산당이 밀어붙이고 있으니 그대로 실행될 전망이고요.
인구 감소에 놀란 공산당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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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교육비 경감 정책을 내놓은 건 사교육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키우고 부모의 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져 출생률 하락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인구가 가지는 의미는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중국인 스스로 인구 대국이라는 자부심이 있고요. 경제적으로도 중국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은 선진국 기업들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게 만드는 힘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인구 대국인 인도의 국민들이 아직도 상당수 농업에 종사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제조업 종사자가 많습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는 데서 풍부한 노동력이 큰 역할을 한 것도 명백하고요.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출생률 제고를 모든 정책의 기조에 깔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게 교육비 절감입니다. 30년 넘게 이어온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때문에 교육열은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가뜩이나 꽌시가 중요한 중국에서 칭화대나 베이징대 같은 명문 대학을 나오는 건 학연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폭 높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국가적으로는 경제 규모가 미국에 이어서 2위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1인당 GDP는 만달러를 이제야 넘은 중진국이라서 재정적으로 아직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교육 인프라가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부자들은 비싼 돈을 기꺼이 내고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킵니다. 부자가 아닌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아이를 낳아서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킬지, 아니면 아예 애를 안 낳을지, 그것도 아니면 사교육을 아예 포기할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부동산 값까지 치솟다 보니까 애를 안낳겠다는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출생률은 자꾸 떨어집니다. 한국하고 상황이 똑같죠.

그래서 나온 정책이 사교육 금지인데,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벌써 불법과외가 성행할 거란 관측도 나오고요. 그런데 공산당에게 중요한 건 정책 효과보다는 정책이 주는 메시지인 것 같기도 합니다. 불만의 타깃을 사교육업체나 불법과외를 하는 부유층에게 돌릴 수 있으니까요.
운행정보는 곧 국가안보

오늘 마지막으로 국가안보 부분을 좀 보겠습니다. 디디추싱 관련인데요. 제 지인이 최근 친황다오라는 베이징 인근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친황다오에는 베이다이허라는 휴양지가 있고요, 베이다이허에선 매년 공산당 지도부가 7월말 8월초에 회의를 합니다. 지인이 디디추싱을 불러서 베이다이허에 가려고 하니 그쪽은 못 가니 택시를 타라고 했다고 합니다. 디디추싱같은 승차호출업체는 누가 콜을 해서 어디로 갔는지 기록이 다 남습니다. 예를 들어 군 장성이 어딘가에 간다고 하면 자기 차를 타고 갈테니 보안이 유지될 겁니다. 하지만 그 장성의 가족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디디추싱 같은 기업을 통해서 정보를 캐내면 장성이 어디로 가는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디디추싱의 정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공산당이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에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 건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볼 때는 민간 기업이 정부에 핵심 정보를 내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일 겁니다. 물론 실제로 디디추싱이 미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하긴 어렵겠지만요. 반대로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민간 기업을 압박해서 정보를 확보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겁니다. 그러니 디디추싱이 미국 정부에 운행정보를 제공했다는 의심도 하는 거고요.

오늘은 빅테크 뿐 아니라 다른 민간 영역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규제를 점검해 봤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상당 기간 중국 주식들을 포트폴리오에서 빼놓을 것 같습니다. 중국 본토 자금은 앞으로 중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에 집중될 전망입니다. 중국 주식 투자에 이런 점들을 유의하셔야 하겠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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