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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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는 ‘마일스톤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3000포인트 등 분수령에 도달했을 때 상승세가 둔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분수령을 넘으려면 강한 상승 동력이나 몇 번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7월은 상승 기간 기준으로 이정표와 같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상승했다. 상승 개월 수로 보면 코스피지수를 현재와 같은 시가총액 방식으로 산출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거침없던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피지수가 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개월 뛰면 숨차는 '코스피 징크스' 재연되나

8개월간 상승률은 45%

19일 코스피지수는 1.0% 내린 3244.04에 마감했다. 6월 종가인 3296.98을 밑돌았다. 월말까지 지난달 종가를 넘지 못하면 최장 기록을 경신하지 못한다. 지금의 기록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외에 8개월 연속 오른 것은 2017년이 유일하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2016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8개월 연속 올랐다. 그다음 기록은 6개월 연속 오른 2002년과 2007년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코스피지수는 작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상승률이 45%에 달한다”며 “이 정도 상승률이면 지수가 주춤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구간”이라고 말했다.

“2017년과 상황 비슷”

증권업계가 2017년을 거론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간 때문만은 아니다. 주가를 올린 대외 환경과 조정 요인이 그때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2017년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수출 회복과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이었다. 반도체 호황도 기여했다. 이에 힘입어 19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지수는 2000을 뚫고 단숨에 2600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7년 6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공개했다. 이를 기점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그해 7월 통화정책 정상화까지 언급하면서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현재의 상황이 2017년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직후 2200선에서 횡보하던 지수를 3300까지 끌어올린 것은 수출 회복과 실적 개선이었다. 동시에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미국의 통화 정상화를 앞두고 관망심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는 2017년에 나타난 흐름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상승세 둔화 불가피?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통화정책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7월 27~28일)를 앞두고 지켜보자는 심리가 확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도 2분기를 기점으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피크아웃’ 우려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장 상승 기록으로 보나 대외환경으로 보나 9개월 이상 상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조정받더라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분기까지는 실적이라는 펀더멘털이 지수를 받쳤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200 전후 박스권을 예상했다.

증권가는 코스닥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고려하면 매수세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는 중소형주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터리 소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진단키트 분야 중소형주에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은 “이달 증시가 한 차례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극도로 소외됐던 게임·바이오 업종과 코스닥 성장주는 낙엽만 굴러가도 웃을 준비가 돼 있는 주식”이라고 강조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