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사진=카카오뱅크 제공
다음달 5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는 카카오뱅크를 놓고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차별점이 크지 않음에도 기존 은행 대비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과 "높은 성장성과 상장 후 수급 이벤트를 고려해야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공모주는 받으면 돈이 된다'고 여겼던 개인투자자들로서는 투자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계속되는 고평가 논란

19일 메리츠증권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적정 시가총액은 15조5000억원"이라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놨다. 카카오뱅크 측이 내놓은 공모가 하단인 15조6800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에 대해서 기업가치가 공모가보다 낮다고 평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리츠증권은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산정 기준으로 삼았던 비교회사들의 선정 과정부터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는 증권신고서에서 미국 로켓컴퍼니, 브라질 파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 TCS 그룹, 스웨덴 노르드넷(Nordnet AB) 등 4개의 디지털 전문은행을 비교대상으로 정했다.

상장주관사인 KB증권은 이들 4개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이 7.3배를 카카오뱅크에 적용, 22조9610억원의 적정 시가총액을 도출했다. 여기에 18.8%~31.3%의 할인율을 정한 게 현재 공모가 밴드(3만3000원~3만9000원)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융업이 갖고 있는 국가별 특징, 규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디지털 금융사업자들을 비교하는 건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높은 성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결국 이익 창출 구조가 은행과 크게 다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주 주가는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따라 움직이곤 한다. 자본력에 기반한 레버리지 산업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도 지난 15일 카카오뱅크에 대해 "은행업의 특성상 ROE는 10% 내외를 벗어나지 못할 텐데 공모가는 ROE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ROE가 비슷한 상황에서 국내 대형 은행 대비 최소 7배, 최소 12배 높은 수준의 PBR을 적용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제기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모가에는 2030년까지 연평균 30%의 순이익 증가율 가정이 포함된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연평균 20%의 대출 성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카카오뱅크의 높은 성장성을 받쳐주던 가계대출 시장에서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단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분기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은 연구원은 "플랫폼 경쟁력만으로는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금리와 한도를 제외하면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게 대출시장의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SK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을 31조원 가량으로 평가했다. 비대면 금융 모델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게 주요 이유다. 카카오뱅크의 영업이익 대비 판관비 비중이 지난해 52.2%로 기존 은행보다 낮다는 게 주요 근거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타 은행 대비 높은 PBR을 정당화하려면 고객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용위험 평가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 직후 수급 이벤트는

공모주 특성상 상장 후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성은 높을 전망이다. 기업공개로 상장한 종목은 3~6개월씩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고, 이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수렴하는 게 일반적 흐름이다.

우선 상장 후 MSCI 신흥국지수나 코스피200 지수에 조기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예상 유입자금은 약 3800억원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상장 직후 유통주식수가 적다는 점도 수급상 유리하다. 공모 후 주식수는 4억7510만237주. 이 중 보호예수(매도 제한)가 걸려있지 않은 주식수는 기존 기타주주 보유분(7596만5645주)과 우리사주를 제외한 일반공모(5236만주) 등 전체의 전체 상장 주수의 27.01% 수준이다.

최근 기업공개한 종목들은 상장 직후 기존주주나 외국인이 보유한 물량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매수세가 몰리면 급격한 상승세가 연출되곤 했다. 카카오뱅크는 전세계 인터넷전문은행 중 사실상 최대 은행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향후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외국인들이 쉽게 매물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이병건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가치와는 무관하게 주요 지수 편입 등의 이벤트를 기대하고 차익실현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통주식수가 적단 점을 고려하면 3~6개월 정도 큰 폭의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