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칼럼] 글로벌 로보틱스 & 인공지능(AI)
주변에 로봇이 많아졌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공장에만 있던 로봇들이 밖으로 나왔다. 커피를 내려주고, 음식 서빙도 하고, 집안 청소는 이젠 로봇의 몫이다. 어떤 수술은 로봇이 더 잘하기도 한다. 똑똑해진 로봇들은 사람의 지시를 더 잘 알아듣고, 몇 번만 알려주면 금방 일을 배운다.

인공지능은 로봇 산업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거실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를 예로 들어보자. 청소할 공간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이동 궤적을 계획해야 한다. 카메라·센서 등을 통해 주변을 인식하는데 인공지능에 기반한 영상처리 기술과 인공지능에 기반한 추론 및 궤적 생성 등이 핵심이다. 스스로 학습(기계학습, Machine Learning)을 할 수 있다면, 집을 몇 바퀴만 돌면 집 구조에 훤해진다. 인공지능 덕분이다.

과거에는 한 장의 영상처리(image processing) 조차 로봇에게는 버거웠다. 영상처리를 위해 사진을 찍고(영상 데이터를 획득하고), 영상을 분석해 패턴·사물을 인식해내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판단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은 컴퓨팅파워(computing power)가 약한 로봇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데이터 처리와 판단이 느리고 부정확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그런 로봇은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신경망·머신러닝·딥러닝 등의 알고리즘이 개발되고, GPU로 대표되는 병렬연산의 성능이 대폭 좋아지면서 인공지능이 획기적으로 발달했다. 그리고, 고성능 카메라·센서,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되는 구조화된 데이터가 대규모로 형성되며(빅데이터) 인공지능을 정교하게 학습시킬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은 빅데이터의 힘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인공지능과의 결합으로, 우리는 2030년까지 글로벌 로봇산업이 가파르게(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용 로봇의 연평균 성장률이 33%로 산업용로봇(+15%)를 압도할 것이다. 특히 전문서비스 로봇, 즉 군사용 무인기, 물류용 드론, UAM(도심항공모빌리티, Urban Air Mobility) 등이 유망하다.

한 대에 수천 억원에 달하는 군사용 무인기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 무인정찰기, 무인전투기 등이 발전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국방비에서 무기 개발 비용의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무인기에 대한 연구개발이 중요한 프로젝트다. 드론으로 대표되는 물류·이동용 로봇 시장도 규제 완화와 함께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레저·미디어 용으로 주로 쓰이던 소형 드론을 넘어 더 큰 시장을 넘보고 있다. 드론 배송, 드론 택시로 대표되는 대형 드론 시장은 AI·자율비행·5G와 함께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드론을 포함한 eVTOL산업에도 주목해야 한다. 자동차 중심의 평면에서 벗어나 인류의 모빌리티를 3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는 혁명적인 전환점이 눈앞에 와있다. 얼마전 서울시가 시연한 드론택시는 eVTOL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수년 안에 드론택시로 광화문-인천공항을 20분만에 날아갈 날이 올 것이다. 플라잉카(flying car) 시대도 멀지 않았다.

산업용 로봇은 경기순환 및 설비투자 사이클을 따라 발전해갈 것이다. IT·반도체 및 자동차 등의 생산설비가 주요 로봇 수요처다. 스마트팩토리와 협업로봇 등의 등장,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은 장기적으로 산업용로봇의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 할 것이다.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전통적인 핵심 기계부품, 산업용로봇 관련 기업들에만 투자하면 안된다. 인공지능, 머신비전, 스마트팩토리 등 현대적인 로봇산업의 개념에 부합하는 기업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이크비전, 엔비디아, 인튜이티브서지컬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Global X Robotics & AI ETF도 유망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