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이 7개월 만에 다시 유상증자에 나선다. 신주 발행을 통해 2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9월30일 신주 1억1185만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재 발행주식 수보다 36.2% 많은 규모다. 신주 발행 예정가격은 2235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이 회사는 이번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 등에 투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오는 9월 17~18일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위한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 투자자들을 상대로 청약을 진행할 방침이다. 주관업무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BNK투자증권이 투자자 모집을 위한 실무를 진행한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객수요 감소로 올 들어서도 적자를 쌓고 있다. 지난해 1886억원, 올해 1분기 47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실적 악화로 인한 자본 감소가 이어지면서 2019년 말 811%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3월 말 1750%까지 뛰었다.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로 835억원을 조달했음에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기업들이 부동산을 팔거나 유동화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증시 활황을 기회로 조(兆) 단위의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기업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15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 집계 결과,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이 공시한 부동산 매각 규모는 총 4조7235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7% 늘어난 수치다.SK그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대표적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올 들어 이베이코리아, W컨셉 등을 인수한 신세계는 신사업의 ‘실탄’으로 오프라인 자산 활용 전략을 세웠다. 이마트를 세일즈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유동화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1조3000억원이다. 올해 6800억원에 부지를 매각한 서울 가양점도 개발사업 후 점포를 임차할 계획이다. 여기에 1조원 규모의 이마트 서울 성수동 본사와 이마트 건물도 자산 유동화를 검토하고 있다.SK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만들었다. 사옥인 SK서린빌딩과 SK에너지의 115개 주유소 등 2조원 규모의 부동산을 SK리츠로 유동화했다. 확보한 자금으로 수소·전기차 충전소 등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강화에 나선 롯데쇼핑은 롯데월드타워와 월드몰 지분을 롯데물산에 넘겨 8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룹 자산 유동화는 계열사들이 책임 임차하면서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투자”라며 “그룹은 보유 부동산을 묶어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 재원도 마련할 수 있어 양쪽이 다 이득”이라고 설명했다.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옥을 매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급여력비율(RBC)을 높이기 위해 서울 남창동 본사 빌딩을 2240억원에 팔았다. 하나투어는 종로 본사 빌딩(940억원)과 티마크호텔 명동(950억원)을 매각했고, 삼익악기는 남대문 사옥(1200억원)을 정리했다. 신도리코와 SNT중공업도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재원을 확보한 기업도 적지 않다. 상반기 주식 발행 금액은 12조689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금액(10조916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유상증자 9조4789억원, 기업공개 3조2102억원 등이다. 올해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보인다.상반기 유상증자 금액이 가장 컸던 기업은 대한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3조3159억원을 발행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한화솔루션(1조3460억원), 생산공장 증설에 나선 포스코케미칼(1조2735억원), 신사업 투자에 나선 한화시스템(1조1606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9945억원) 등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했다.윤아영/김진성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유명 음식점 두 곳, 피트니스센터, 증권사 본사와 객장, 쇼핑몰, 백화점 그리고 수많은 증권사. 최근 한 달여간 서울 여의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장소들이다. 밀집지역인 여의도에 상륙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여의도가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지가 된 것은 ‘밀접·밀폐·밀집’으로 상징되는 이 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여의도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데다 정치 중심지인 국회도 자리 잡고 있어 하루평균 유동인구가 21만 명이 넘는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계속 확진자가 나오자 금융 업무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는 부서원 전체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3밀(密)’에 취약한 여의도서울 여의도백화점 지하의 한 유명 음식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일. 10여 일 지난 14일까지 이 식당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인원만 70명에 이른다. 이번 집단감염으로 800여 명이 검사를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검사를 해야 하는 식당 방문자가 700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이 유명 식당의 집단감염 사태는 여의도가 얼마나 감염병에 취약한 환경인지를 보여준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의도는 직장인이 몰려 있어 인구 밀집도가 높은데, 많은 식당들은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 아케이드에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식당도 거리두기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방역당국은 파악하고 있다.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여의도 금융사는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등 10여 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한국투자증권은 3개 조로 나눠 순환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각 부서의 필수 업무인력 30% 이상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재택근무자 비율을 30%에서 50%로 늘렸다. 일부 증권사는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영등포구는 최근 여의도에 있는 35개 금융사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검사 대상만 2만7973명이다. 구가 임의로 금융사 순번을 정했고 15일부터 20일까지는 NH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양증권 직원들이 대상이다. 다음달 20일까지 검사가 이뤄진다.다만 검사는 권고 사항이어서 강제성은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구로부터 우리 순번이 언제인지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권고를 받아들일지 내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영등포구는 지난 12일부터 여의도 임시선별진료소를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벌써부터 증권사 업무 차질?증권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식 운용 부서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서는 벌써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12~13일 한 대형증권사에서는 채권 거래 담당부서가 있는 층 전원이 격리 대상이 되면서 운용사들의 채권 거래 주문을 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거래 시 증거금률 등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 증권사를 통해 매매하는 사례가 많다.대체투자 부서도 비상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주식처럼 공인된 거래소에서 전산화된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다. 이해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야만 협상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 사업은 비대면으로 하기가 어렵다”며 “서류에 날인해야 할 때도 다 같이 모일 수가 없으니 서류를 운용사, 시행사, 신탁사 순으로 퀵서비스로 돌려가며 도장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 탐방과 운용사와의 미팅은 콘퍼런스콜로 대체할 수 있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경우 보고서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이태훈/이슬기/고재연 기자 beje@hankyung.com
삼성전자가 오후 6시 이후 법인카드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삼성전자는 15일 사내게시판에 16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특별방역기간’을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코로나 확산세가 지방으로 전파되는 등 본격적으로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판단한 것이다.눈에 띄는 대목은 오후 6시 이후 법인카드 사용 자제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은 저녁 시간에는 직장 동료는 물론 사업 파트너도 만나지 말라는 의미다. 밀폐·밀집·밀접 등 이른바 ‘3밀’ 장소 방문을 자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여름 휴가 지침도 내놨다.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가족과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최대한 안전하게 휴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