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도 ‘그린 랠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날아올랐다. 전해동박에 이어 양극재에 들어가는 전구체로 배터리 소재 사업의 영토를 확장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배터리 소재주’로 재평가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14일 11.05% 오른 47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는 9거래일 연속 고려아연을 순매수했다. 고려아연이 제련하는 아연, 연, 금, 은 등은 철강 자동차 가전 전기 건설산업 등에 중요한 기초 소재로 쓰인다. 지난 상반기 이 회사 주가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상승세에 올라탔다. 하지만 지난 5월 11일 49만1000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미·중 갈등 심화, 달러 강세 속에 제련 수수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랬던 고려아연이 14일 반등에 성공한 것은 원자재 관련주에서 배터리 소재주로 변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LG화학과 고려아연이 양극재의 원료인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 계기다. 고려아연은 이미 지난해 3월 배터리용 전해동박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아연·연 제련업을 넘어 전해동박, 전구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 공급처 다변화가 필요하고, 고려아연은 구조적 성장이 기대되는 배터리 소재 사업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닿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빠르게 배터리 소재업체들과 키맞추기에 들어갔다. 사업군이 달라 1 대 1로 비교할 수는 없으나 대표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12배에 불과하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은 과거 아연·연 설비 증설을 발표했던 2010년, 2014~2015년 두 번의 주가 리레이팅을 경험했다”며 “이번 사업 확장이 현실화하면 배터리 소재업체로서 한 차례 더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