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 바람을 타고 강세를 띠던 화장품주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둔화 시기였던 지난해 5~6월 매출을 넘지 못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한껏 끌어올렸던 실적 기대치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마스크를 벗을 시기가 늦춰지는 것도 악재다. 증권가에서는 기대치보다 높고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주거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화장품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주춤하는 화장품주

화장품株 힘 못쓰는데…코스맥스는 '펄펄'
13일 아모레퍼시픽은 0.62% 상승한 2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년째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지난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주가가 40% 넘게 올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발(發) 기저 효과에 대한 부담, 더딘 내수 소비 회복, 코로나19 4차 확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고점 대비 15% 가까이 빠졌다. 이달 들어 7개 증권사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1개월 전 대비 3.06% 줄어든 1조2096억원, 영업이익은 12.52% 감소한 1160억원이다.

국내에선 방문 판매나 백화점, 전문점 등 비면세 부문 실적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도 설화수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니스프리 매출은 전년 대비 1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주가 누린 보복 소비 특수가 이제 끝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는 기저효과보다 보복 소비에 기인했지만 최근 화장품이나 의류에 할애되는 지출 비중이 늘고 있지 않는 등 보복 소비 대상이 여행이나 전자제품 등 다른 품목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中 장악한 1위 ODM 코스맥스

화장품株 힘 못쓰는데…코스맥스는 '펄펄'
증권업계에선 세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1위 업체인 코스맥스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코스맥스는 1.45% 오른 14만원에 마감했다. 코스맥스 주가는 올 들어 44.85% 올랐다. 지난해 손소독제 등 위생용품 매출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2분기 실적도 큰 폭 오른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코스맥스 실적을 이끄는 건 중국 시장이다. 2004년 중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2016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색조 시장을 공략했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약 46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2분기 34.6%에서 올 2분기 41.4%(추정치)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코스맥스 주가를 높게 점치는 건 코스맥스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한 시장 장악 능력 때문이다. 국산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다양한 색조 제품을 개발했다. 건조한 립스틱을 대체할 만한 촉촉한 립틴트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6·18 쇼핑 축제에서 코스맥스가 제조한 립틴트는 2000만 개 넘게 팔렸다. 퍼펙트다이어리·화씨즈·바이췌링 등 MZ세대를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 제품 상당수를 코스맥스가 제조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20%대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크며, 성장률도 높은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코스맥스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8.82배로, 업종 평균 PER(134.22배) 대비 훨씬 낮은 수준이다.

자회사 상장하는 한국콜마

화장품株 힘 못쓰는데…코스맥스는 '펄펄'
반면 ODM 시장에서 경쟁 중인 한국콜마 주가는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HK이노엔이 오는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달 들어 4.14% 빠졌다. 이익 기여도가 컸던 사업부가 떨어져 나오면서 모회사 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중국 사업부의 성장성은 높은 추세지만 중국 매출 비중이 아직 10%를 밑도는 것도 문제다. 한국콜마는 국내 화장품 시장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코로나19 4차 유행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업계에선 LG생활건강도 화장품 업종 차선호주로 꼽고 있다. 업황과 상관없이 16년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한 기업이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늘어난 마케팅비가 짐이 된 경쟁사와 달리 2분기에도 비용 통제력을 발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