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세계화·인구 변화…美 40년 저인플레 시대 끝났다
그동안 세계화와 노동인구 덕 낮은 물가
'아마존 효과', 인플레율 연 0.1%P 낮춰
美 초고령 사회 진입하고 무역장벽 강화
WSJ "1970년대처럼 고물가 시대 올수도"
'아마존 효과', 인플레율 연 0.1%P 낮춰
美 초고령 사회 진입하고 무역장벽 강화
WSJ "1970년대처럼 고물가 시대 올수도"

20년 동안 누적 인플레 18% 그쳐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 경제는 1980년대 초반부터 40년 가까이 3%(전년 대비) 안팎의 낮은 인플레이션을 보여왔다. 금융위기 충격이 컸던 2009년엔 마이너스(-0.36%)를 기록하기도 했다.저물가의 배경으로는 세계화와 근로인구 증가,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이 꼽힌다. 미국의 무역 총액은 1970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1%에 불과했으나 2011년 31%로 급증했다. 무역 장벽이 속속 허물어지면서 미국 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들여온 저렴한 상품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이 글로벌 시장 경제로 편입되면서 값싼 노동력이 크게 늘어난 점도 물가를 낮추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품을 제외한 미 근원 인플레이션이 1990년 이후 20년동안 단 18% 오르는 데 그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상품이 아닌 서비스 물가는 같은 기간 147% 급등했다. 미국에서 각종 서비스까지 수입하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발달 역시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한 일등공신이다. 일명 ‘아마존 효과’다. 2017년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이 촉발한 온라인 가격 경쟁이 근원 물가상승률을 매년 최대 0.1%포인트 끌어내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50년 전처럼 고물가 시대 닥칠 수도”
저물가 기조가 바뀔 단초를 제공한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시한 대중(對中) 무역전쟁이란 게 WSJ의 분석이다. 양국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미국이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율은 평균 19%에 달했다. 분쟁 이전과 비교하면 6배 뛴 수치다. 2012~2017년 연평균 5.8%씩 하락했던 세탁기의 소비자 가격은 무역분쟁 직후였던 2018년 상반기에만 12% 급등했다.
가속화하고 있는 고령화도 물가엔 부정적 요인이다. 미국의 65세 인구 비중은 작년 기준 16.6%로, 10년 전(13.0%)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2030년엔 20.3%로 급증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란 게 유엔의 전망이다.
컨설팅 업체인 토킹헤드의 마노즈 프라단 창업자는 “고령자가 늘면 생산량이 감소하고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수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유통 기업들이 점유율 확보 차원의 가격 경쟁을 접고 있다는 얘기다. 차량호출 업체인 우버가 올해 1~5월에만 요금을 27% 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낮게 유지해주던 다양한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Fed 내에서도 물가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뉴욕연방은행은 향후 12개월간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4.8%로 집계했다.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향후 3년간의 기대 물가상승률은 3.6%였다.
다만 현재의 물가 압력은 공급망 병목 때문이어서 머지 않아 2%대의 저물가 시대로 복귀할 것이란 게 Fed 내 주류 시각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도 이날 “팬데믹이 물가 분석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일부 가격 급등이 일시적인 건 분명하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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