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잇달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냈던 중국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파산·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칭화유니는 한때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으로 꼽힐 정도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무리한 확장에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이다.

11일 차이신 등에 따르면 칭화유니 채권자 중 한 곳인 휘상은행은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의 파산·중정(重整·법정관리) 신청을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출했다.

칭화유니는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그룹 계열사의 일상적 생산경영 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설립된 칭화유니는 중국 국립칭화대 산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가 지분 51%를 갖고 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웨이궈 회장 측 지분이 49%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중앙기업으로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 전문업체 쯔광짠루이 등을 설립하며 종합 반도체그룹으로 성장했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11월 13억위안(약 2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첫 디폴트를 냈다. 12월에는 4억5000만달러(약 4880억원)짜리 외화표시채권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했다. AAA였던 신용등급은 C로 강등됐다.

회사채 전문매체 데트와이어는 칭화유니의 채무가 작년 6월 기준 2029억위안(약 35조22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칭화유니의 전체 자산은 3000억위안(약 53조원) 안팎이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결정하면 회사는 존속하면서 경영진은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에서 자오 회장을 몰아내고 직접 경영하기 위해 파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반도체산업에서 대표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