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일 시장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2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이클이 4분기에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은 이번 실적 발표를 차익실현 타이밍으로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좋은데 주가는 왜이래…5개월째 '8만 전자'
이날 삼성전자는 0.49% 떨어진 8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은 장중 204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외국인도 366억원어치 팔았다. 개인은 2353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도물량을 받아냈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잠정치)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10조9741억원을 13.9% 웃돈 ‘어닝서프라이즈’였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월부터 5개월 넘게 8만원 초반대에 갇혀 있었다.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매하던 서버 업체들이 매수 타이밍을 계속 저울질하며 가격 하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스마트폰 수요 둔화도 주가를 붙잡았다. 수급 환경도 좋지 않았다.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18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는데, 이 중 삼성전자만 12조원 가까이 팔았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어야 외국인이 삼성전자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올 들어 55.72%에서 53.59%로 2.13%포인트 떨어졌다. 전날 미국 국방부의 11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사업인 ‘제다이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재고는 2018년 이후 3년 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다 설비투자도 첨단공정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공급 증가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하반기에 영업이익 전망치가 30조원이 넘는 걸 고려하면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