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의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 임직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5일 금감원은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빌딩에서 한 직원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범준 기자
감사원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의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 임직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5일 금감원은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빌딩에서 한 직원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범준 기자
감사원이 라임, 옵티머스 등의 사모펀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 임직원 네 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에게는 기관주의를 통보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총체적인 금융감독 시스템 부실에 따른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2020년 8월 13일자 A1·5면 참조

감사원은 사모펀드 등 금융감독기구 운영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한 감사를 벌인 결과 다섯 명은 징계, 17명은 주의, 24건은 기관통보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금감원 임직원 두 명에게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또 다른 두 명은 경징계 이상 처분을 요구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발생 시 금감원 수뇌부였으나 현직이 아닌 윤석헌 전 원장과 원승연 전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한국예탁결제원 직원 한 명에 대해서도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본금이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옵티머스가 사모펀드를 부당 운용하고 있는 사실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금융위에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8년 옵티머스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위법한 펀드 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국회에 옵티머스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는 2015년 사모펀드 사고 발생 시 피해가 일반투자자에게 집중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잘못 개편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투자금액 1억원 이상의 일반투자자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자 보호장치는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017년 옵티머스 사모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사모펀드 자산명세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한 것처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시 시스템 무너진 금감원
사모펀드 접수부터 상시검사까지 관리·감독 실패

“제도 설계도 잘못됐고, 예방·감독·사후조치에도 모두 문제가 있었다. 총체적 감독부실이다.”

5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감독 감사결과’는 ‘부실한 감독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금감원이 한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감원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인 증권사들에 돌려왔다. 판매사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작성한 허위·부실 투자제안서에 의존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근본적 원인 제공자는 금감원이었다고 발표했다.

옵티머스·DLF 사태가 배경

옵티머스 말만 믿은 금감원…제보 뭉개고 사건 덮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지난해 7월 환매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불완전 판매가 배경이 됐다. 금융위원회,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권 전반을 조사했지만 관리·감독을 맡은 금감원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감사는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이뤄졌다.

감사 결과 사모펀드 접수부터 상시검사까지 금감원의 관리·감독 부실이 광범위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이 첫 번째로 지적한 것은 사모펀드의 특수성이다. 감사원은 “공모펀드와 달리 신탁회사의 감시의무가 배제돼 있고, 자산운용보고서를 공시하거나 투자자에게 제공할 의무도 없어 자산운용사 외의 기관에서 사모펀드 전반을 파악하기 힘든 구조”라며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일반인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금감원은 그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또 사모펀드 접수·확인 업무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는데도 금감원이 보완요구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보고하고 이와 다른 내용의 집합투자규약을 첨부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모펀드의 기본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감원이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서류상 내용의 불일치 여부 등도 펀드 설립·설정 시 금감원이 확인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상시감시에서도 문제 발견

감사원은 사모펀드 상시감시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옵티머스 문제를 펀드 설정 이후에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관리·감독 실패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8년 10월 국회에서 옵티머스가 투자제안서와 달리 사모사채를 인수하고 있다는 내용의 질의를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옵티머스 측의 설명만 듣고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고 검사 계획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을 무시해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다. 당시 금감원은 펀드 자금이 부당 운용된다는 의혹에 대해 답변 및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에는 구체적인 민원을 접수하고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2019년 2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펀드 자금으로 특정 기업을 인수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해당 내용을 금융위와 검찰이 조사한다는 이유로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위법사실 확인하고도 지체

금감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위법사실이 실제로 확인된 상황에서도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미 라임 펀드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수사를 지체해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 5월 금감원은 서면검사를 통해 대표이사가 펀드 자금 400억여원을 개인 증권계좌로 이체하고 사모펀드 돌려막기에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바로 현장검사에 들어가거나 금융위 및 수사기관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현장 감사를 결정한 것은 이보다 한 달 뒤인 6월 12일이다. 금감원이 지체하는 동안 옵티머스는 2020년 6월 11일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설정했고, 또다시 3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등 부당운용을 이어갔다.

당시 검사반장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당 국장과 부원장보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